《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8월까지 내각제 논의를 유보키로 한 가운데 여야 간에 권력구조변경과 정치개혁의 선후(先後)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김대통령이 14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회운영이나 정당제도 개선 등이 내각제와 무슨 상관 있느냐”며 ‘선(先)정치개혁’을 거듭 역설하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15일 즉각 반격에 나섰다.
이총재는 “권력구조에 따라 정당제도와 선거구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치개혁 협상에 앞서 내각제 개헌 여부에 대한 결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나라당의 ‘선(先)권력구조 매듭’ 주장에 동조하면서도 내각제 결론이 나기 전이라도 본격적인 정치개혁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나라당은 내각제 개헌에 관한 결론을 유보한 상태에서 국회의원 선거구제 변경문제 등 정치개혁안을 만드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대통령제 하에서는 양당제를 전제로 한 소선거구제가 적합하고 내각제에서는 여러 정당의 등장 가능성이 높은 중대선거구제를 택해도 무방하다는 게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기본논리다.
한나라당은 또 내각제는 국회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되기 때문에 국회운영 개선방안 논의에 앞서 권력구조 문제가 먼저 매듭지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상당수 의원이 입각해야 하는 내각제를 전제로 할 경우 의원정수 조정문제나 국회제도개선방안 등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안택수(安澤秀)대변인은 “내각제 논의를 유보하고 정치개혁에 매진하겠다는 여권의 주장은 태어날 아기가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르면서 아기 옷부터 먼저 사놓고 보자는 어리석음과 같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또 중앙당 및 지구당 조직정비, 정치자금문제 등은 권력구조 변화와 상관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여권의 주장도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어떤 선거제도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국회 및 정당운영 시스템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에 선거구 문제를 최우선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논리다.따라서 한나라당은 ‘선(先)내각제 개헌에 대한 결론, 후(後)정치개혁입법’을 관철시킨다는 방침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