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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페트병에 담은 「생수같은 수돗물」시험제공

입력 | 1999-04-15 19:52:00


수돗물을 생수처럼 페트병에 담아 배달하면 어떨까?

한 환경부 공무원이 오래전에 제기, 내부적으로 논란을 벌여온 이 아이디어가 실험단계에 들어섰다. 낙동강 수질이 점차 악화되면서 수돗물 걱정을 해온 부산시는 최근 고도정수 처리한 수돗물을 5백㎜ 페트병에 담아 만든 ‘수돗물 생수’ 9천병을 제조, 시청과 구청 관계자들과 일부 시민들에게 시험 제공했다.

그 결과는 예상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순수’라는 이름까지 붙은 이 병입수는 일반 정수처리외에 고도정수처리를 거친 수돗물로 지하수로 만든 생수에 비해 품질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부산시는 수돗물 병입수가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자 이를 민간에 판매하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다.

부산시가 이같은 검토를 하게 된 것은 상수원수로 사용하는 낙동강 수질이 계속 악화되면서 수돗물에 대한 시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데다 좋은 수돗물도 물탱크와 노후된 배관을 거치면서 다시 오염되기 때문.

또 적지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가정용 정수기나 수돗물 값의 몇백배인 생수가격을 감안하면 훨씬 싼 가격으로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물을 제공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는 것.

그러나 부산시는 그럴 경우 낙동강의 수질 개선 의지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고 현재의 법규정에 지방자치단체가 수돗물을 정수처리해 판매할 수 없게 돼 있어 아직은 여론만 살피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해 환경부의 한 관계자는 “식수용 수돗물만 특별히 정수처리해 시민들에게 싼 가격으로 공급하고 생활보호대상자 등에게는 무상 공급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