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학원에 들어가려는 학생들이 치러야 하는 시험인 대학원 기록시험(GRE)시험장에서 곧 종이와 연필이 자취를 감추고 대신 컴퓨터가 등장할 예정이다. 이 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교육용 시험 서비스(ETS)는 10일 치러진 GRE 시험이 미국 내에서 종이와 연필로 치르는 마지막 시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미국에서 GRE를 보는 사람들은 컴퓨터를 통해 시험을 치르게 된다.
사실 컴퓨터로 시험을 치르는 것이 GRE가 처음은 아니다. 경영대학원 입학에 필요한 대학원 경영 부문 입학 시험(GMAT)은 이미 2년 전부터 컴퓨터로만 치러지고 있고, 간호사와 건축사 자격을 따기 위한 중요 시험에서도 벌써 답안지가 자취를 감췄다. ETS는 앞으로 GRE를 컴퓨터로 치르면서 생겨나게 될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기대를 걸고 있다.
ETS는 컴퓨터를 통해 난이도 조절이 가능한 시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즉 난이도가 중간정도인 첫 번째 문제에 대해 수험자가 정답을 제시하면 두 번째 문제는 그보다 약간 어려운 문제가 출제되는 반면, 수험자가 정답을 맞히지 못하면 그보다 약간 쉬운 문제가 출제되는 방식이다. 시험 점수는 수험자가 푼 문제의 난이도에 따라 결정된다.
ETS측은 컴퓨터로 시험을 치르면 이로운 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우선 지금까지처럼 시험 결과를 통보받기 위해 며칠씩 기다릴 필요없이 즉석에서 자신의 점수를 알 수 있으며 수험자의 수준에 맞춘 문제들이 출제되므로 시험 시간도 단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1년에 네 번씩 치러지던 기존의 방식과는 달리 1년에 약 1백50일 동안 시험이 치러질 수 있으며 수험자들은 사람이 꽉 들어찬 강당 대신 ETS가 1.7%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실반 테크놀러지’가 운영하는 2백30곳의 개인용 열람실과 약 80여개의 대학에 설치된 컴퓨터 랩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된다.
ETS측은 또한 앞으로는 영상자료가 필요한 멀티미디어형 문제도 출제될 예정이므로 컴퓨터로 치르는 시험이 기존의 방식보다 훨씬 더 낫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컴퓨터 사용에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번 선택한 답을 수정할 수 없다는 점,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를 뒤로 미뤄두었다가 다른 문제를 다 푼 후에 다시 살펴볼 수가 없다는 점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또한 컴퓨터를 잘 다루는 사람도 필답시험을 원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 수험자들이 컴퓨터 시험과 필답 시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실시해본 결과 수험자의 약 절반이 필답 시험을 선택했다.
따라서 컴퓨터 사용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지난해에 실시했던 것처럼 컴퓨터 시험과 함께 필답 시험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