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에 관한 한 자존심 강하기로 유명한 프랑스인들이 새로운 세계 각국의 문화적 압박과 입맛의 국제화 추세를 견디다 못해 신세계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초현대식 디자인으로 내부를 장식하고 전혀 프랑스적이지 않은 음식들을 선보이는 새로운 형태의 레스토랑들을 파리 곳곳에 차리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기존의 레스토랑들보다 크고 소란스러우며 젊은 웨이터, 웨이트리스들은 미국을 연상할 만큼 격식을 차리지 않고 음식을 나른다. 음식도 프랑스식에 아시아 미국 영국식 등을 혼합한 것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음식은 아직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새로운 레스토랑 중 하나인 카페 모자이크의 음식들은 마치 만화에 나오는 것 같다. 어릿광대를 연상시키는 접시에 얼린 양상추 꼭지를 담은 음식에 ‘샐러드 베르트’라는 이름을 붙이고 서양 자두와 땅콩을 섞은 끈적끈적한 소스가 있는가 하면 금귤 테두리 위에 놓은 비둘기 가슴살은 루비 색깔이다. 손님들은 음식이 하나씩 나올 때마다 놀라서 숨을 들이쉬며 웃음을 터뜨린다.
파리에서 이런 형태의 식당에 속하는 곳은 카페 모자이크 말고도 제브라 스퀘어, 버뮤다 어니언, 맨 레이, 부다 바, 아시안, 알카자 등이 있다. 이중 알카자는 프랑스 전통 음식과 지중해 식 메뉴, 영국식 요리 등을 조심스럽게 섞은 음식을 내놓고 있다. 부다 바는 베트남의 스프링 롤에서부터 한국식 양념을 한 스테이크, 일본 된장을 바른 가자미에 이르기까지 마치 아시아를 한 바퀴 관광하면서 맛보는 듯한 느낌의 음식을 내놓는다.
이들 식당의 내부 장식과 음식에 나타난 디자인적 요소는 세계의 어느 식당도 따라잡을 수 없다. 이들 새로운 레스토랑은 프랑스 요리가 포스트모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