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코소보에서 이동하던 알바니아계 난민들이 폭격을 받아 이중 85명이 숨지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고가 치열한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번 사건은 NATO군의 공습 이후 발생한 최대의 민간인 피해. 유고의 국제여객열차가 NATO군의 미사일에 맞아 10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 불과 이틀만에 다시 엄청난 참극이 빚어졌다. 유고측은 사건 발생후 즉각 ‘NATO의 만행’이라며 강력히 비난하고 나섰다. 유고측은 NATO공군기들이 코소보 남서부의 자코비차 근처, 자코비차와 프리즈렌을 잇는 도로 등 2곳에서 난민행렬에 폭탄을 투하했다고 비난했다. 유고측은 당시 난민들은 세르비아 경찰의 호위 아래 트랙터 트레일러 자동차 등을 타거나 걸어서 국경지대로 이동중이었다고 주장했다.
유고측은 “NATO측이 난민대열을 4차례나 폭격했다”며 “이번 전쟁에서 NATO가 저지른 최악의 범죄”라고 비난했다. 유고측은 숨진 시체들이 보이는 참혹한 사진까지 공개하며 NATO측을 몰아세우고 있다.
반면 NATO는 처음에는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중’이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유고군이 난민대열에 공격을 자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유고의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NATO측은 난민대열의 앞뒤에 유고 군용차량이 있었으며 NATO 폭격기는 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유고의 군용차량만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통신은 “알바니아로 입국한 난민들이 NATO군의 공습직후 나타난 유고측 미그기들이 난민들을 공격했다고 구호요원들에게 말했다”고 전했다. 또 NATO의 폭격이 끝난 뒤 난민대열 앞뒤에 있던 유고 군인들이 난민을 공격했다는 증언도 있다.
양측의 책임공방이 어떻게 끝날지 알 수 없지만 난민이 공격받은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NATO군의 향후 전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NATO군의 오폭으로 드러날 경우 NATO군의 공습은 더욱 제한을 받게 된다. 오폭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부담 뿐만 아니라 유고측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더 난민을 ‘인간 방패’로 이용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공습이 더 어려워질 것이다.
반면 유고군의 소행으로 드러날 경우 NATO가 지상군을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얻게 된다. 항공기까지 동원한 잔인한 ‘인종 청소’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한시라도 빨리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질 것이 틀림없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