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혔던 천재소년. 다양성이나 창의성을 키워주기보다는 집단에 적응하기만을 강요하는 학교에 염증을 느껴 9년여 동안 낙오자의 길을 걸어가던 학생.
소년은 이제 한 영재교육 전문가의 도움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 있다.
민족사관고 1학년에 재학중인 경북 안동 출신의 장현민(張鉉民·16)군.
그의 중학교 성적은 전교생 3백82명 중 평균 이하.
하지만 그는 전국의 영재들이 모인다는 민족사관학교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장군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내내 문제아 취급을 받았다. 장군의 부모는 아들이 초등학교 때 교사로부터 “수업시간에 잠만 자고 선생님 말도 듣지 않는 이상한 아이다.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을 정도.
부모는 아들을 데리고 연세대의대 소아정신과를 찾았다. 의사는 검사를 한 뒤 “전혀 이상이 없고 천재적인 사고를 하는 아이이므로 영재교육을 시켜보라”고 권했다. 부모는 1주일에 한번씩 서울의 영재교육프로그램에 다녔으나 경제적인 형편 때문에 3개월 만에 그만둬야 했다.
중학교에 들어가서 장군은 학교수업과는 완전히 멀어졌고 집에서는 밤새도록 만화 컴퓨터게임 모형만들기에 열중했다. 일본 만화와 영어나 일어로 된 모형비행기 조립안내문을 읽기 위해 스스로 영어와 일어를 깨쳤다.
졸업 무렵이 되자 어머니는 걱정이 태산 같았다. 아무래도 아들이 대학을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소문 끝에 영재교육 전문가인 한국교육개발원 조석희(趙夕姬)박사를 찾아갔다.
조박사는 장군에게 ‘수학 및 과학 창의적문제 해결력 조사’를 실시했다. 전국 중학생중에서 2% 이내라는 결과가 나왔다.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고 평가했다.
조박사는 장군을 민족사관고에 추천했다. 학교측은 장군의 학교성적에는 개의치 않고 영재로서의 잠재성을 인정해 입학을 허가했다.
장군은 “이제는 학교생활이 재미있다”며 “아직 뚜렷하게 진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조박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강요된 획일화 수업에서 수많은 영재들이 자신의 잠재성을 발휘할 기회도 얻지 못하고 희생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에디슨이 탄생할지가 관심거리다.
〈횡성〓이병기기자〉watchdo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