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은 사람에게도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16일 오전 6시 서울 강동구 강동성심병원의 한 병실에서 우락부락하게 생긴 중년의 남자가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고 있었다.
폭력전과 13범의 조영인(趙英忍·49·서울 동작구 흑석동)씨. 평생 남에게 상처만 입히며 살아왔던 조씨가 이날 만성신부전증으로 고통받던 A씨(29·경기 성남시)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신장을 기증해 그 이식 수술을 받게 된 것이다. 조씨는 스스로를 “고향인 전북 익산지역에서 ‘날리던’ 주먹패였다”고 회고한다. 실제 그는 한때 40여명의 부하를 거느리는 주먹세계의 중간보스였다.
조씨가 장기기증을 결심한 것은 95년 9월 감옥에서 출소한 뒤 종교를 갖고나서부터.
폭력조직과의 연결을 끊고 신학대학에 입학하는 등 새 삶을 준비하던 조씨는 98년 6월 “내가 지금까지 괴롭혔던 모든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는 마음으로 내 몸의 일부를 떼어 다른 사람을 살리고 싶다”는 결심을 장기기증운동본부에 전했다. 자신이 죽은 뒤 나머지 장기와 시신도 기증하겠다고 등록했다.
“젊었을 때는 경쟁관계의 조직원의 손가락 4개를 잘라버린 적도 있었습니다. 용서받지 못할 죄가 너무 많습니다.”
과거를 회고하던 조씨는 “장기를 기증하는 것으로 내 죄를 조금이나마 용서받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