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댐 건설을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동강유역의 비경은 보존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식수공급과 홍수피해 방지도 절박하다. 서로 한발짝씩 양보해 반쪽짜리 댐을 지을 수도 없어 딜레마에 빠져있다.
동강댐과 비슷한 분쟁이 미국 워싱턴주에서 벌어졌다. 시애틀에서 북동쪽으로 30마일 가량 가면 스노퀄미라는 아름다운 강이 있다. 59년 큰 홍수가 나자 주정부는 이 강에 댐 건설을 추진했다. 저지대 농민들은 환영했지만 환경단체와 자연애호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찬반양론의 대립 속에 15년을 허송세월했다.
그 사이 홍수피해가 커져 주정부에서는 더 이상 결정을 미룰 수 없었다. 74년 전문중재인 제럴드 코믹(워싱턴주립대 중재연구소장)이 본격적인 중재활동에 들어갔다. 댐 건설을 둘러싼 이해집단과 찬반 양측의 대표들이 함께 중재석상에 앉았다. 양측이 만든 연구보고서와 대안을 놓고 함께 검토했다. 워크숍 토론회 등 다양한 형태의 모임도 계속됐다.
중재가 시작된지 4개월만에 결국 모두가 만족할만한 해결책을 찾아냈다. 당초 계획은 스노퀄미강의 세 지류중 홍수통제효과가 큰 중간 지류에 댐을 건설하는 것이었으나 이곳은 그대로 보존하고 북쪽 지류에 원안보다 규모가 작은 다목적 댐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홍수피해도 막고 강 본류의 경관도 보존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미국에서는 각종 공공분쟁 해결을 위해 중재방식을 적극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후 10년간 1백60여건의 환경분쟁에 중재인이 개입해 78%가 성공적으로 해결됐다. 현재 미국에는 전문중재인협회(SPIDR)에 가입한 중재인만 약 3천명에 이른다.
모든 분쟁은 분쟁 당사자들의 만남과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해결된다. 동강댐 분쟁도 마찬가지다. 주민 민간단체 학계 정부 등 양측 관련 당사자 대표들이 무릎을 맞대고 낮은 목소리로 토론을 거듭하면 모두에게 이로운 창조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전문적인 기술적 검토나 실태조사 등을 위해 필요하다면 양쪽이 공동추천하는 조사단이나 전문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이고 신뢰할만한 보고서를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양측의 견해차이를 좁혀가면서 가능한 대안을 함께 검토해나가면 서로 만족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고 본다.
전문성을 갖춘 중재인이 이러한 대화의 장을 설계하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토론을 이끌면 더욱 바람직한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다.
강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