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사나이’ 이태현(23·현대)이 ‘골리앗’ 김영현, ‘들소’ 김경수(이상 LG증권)를 차례로 거꾸러뜨리고 11개월만에 ‘모래판의 제왕’에 복귀했다.
이태현은 18일 경남 합천군민체육관에서 열린 99합천장사씨름대회 지역장사 결정전에서 지난해 8관왕 김영현을 4강전에서 물리친데 이어 결승에서 김경수를 3대1로 이겨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5월 여수장사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김영현에게 두차례 지역장사와 98년 천하장사 타이틀을 내줬던 이태현은 이로써 모래판에 다시 우뚝 서며 ‘그의 시대’를 예고했다.
이태현은 또 이번 합천대회에서 지역장사와 백두장사를 석권해 2관왕에 오르며 지역장사와 백두장사에서 각각 통산 10차례 정상에 올라 90년대 최고의 씨름왕으로 자리를 굳혔다.
빠른 기술을 구사한다고 해 ‘바람의 사나이’로 불리는 이태현은 다양한 기술로 김영현 김경수 황규연 등 씨름판 라이벌들을 잇따라 무너뜨려 명실공히 모래판 최강자임을 입증했다.
8강전에서 황규연(현대)을 덧걸이와 되치기로 가볍게 꺾은 이태현은 김영현과 4강전에서 맞붙어 첫판을 밀어치기로 빼앗겼으나 호미걸이와 밧다리로 2m17의 거인을 쓰러뜨리고 결승에 올랐다.
이태현은 결승에서 김경수를 맞아 첫판을 잡치기로 빼앗겼으나 둘째판에서 되치기로 이겨 분위기를 잡은뒤 셋째판과 넷째판에서 거푸 김경수를 모래판에 누였다.
1m96, 1백38㎏의 그는 거구이지만 취미가 수상스키일 정도로 순발력과 유연성이 뛰어나고 다양한 기술을 갖춰 이만기 이래 최고의 기술 씨름꾼으로 꼽힌다.
이만기 KBS 해설위원(인제대 교수)은 “이태현이 오늘 호미걸이 밧다리 등 다양한 다리기술을 선보이며 정상에 오른 것은 동계훈련 동안 엄청난 훈련으로 체력과 새기술을 개발했기 때문”이라며 “김영현이 독주했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에는 이태현과 김영현 김경수 황규연 백승일 등 정상급 선수들의 각축전으로 씨름판이 더욱 화끈하게 달아오를 것 같다”고 전망했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
△합천장사 순위
①이태현(현대) ②김경수(LG증권) ③염원준(상비군) ④김영현(LG증권) ⑤황규연(현대) ⑥정민혁(상비군) ⑦백승일(진로) ⑧백웅규(LG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