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겨우 배가 떠서 기어다니기 시작하는 첫애기에게 봉숭아 꽃물을 들여주겠다고 덤비는 엄마가 있었으니 그건해도 너무한일.
아이와 실랑이를 하는 엄마에게 남편은 핀잔은 주어도 그 맘속에는 엄마와 한가지인 어떤 게 있었던 터라 외면하며 바라보는 여러 가지가 다 꽃 피어나듯 잔잔한 물결 속인데, 그렇기는 해도 그 예닐곱 달 된 애기에게 봉숭아 꽃물을 들이겠다고 한 것은 너무하긴 너무한 일이다.
―시집‘젖은 눈’(솔출판사)에서―
이 시를 읽었을 때 입가에 즐거운 웃음이 번졌다. 소리가 났다면 풋… 아마 이런 소리가 났을게다. 이제 세상에 얼굴을 내민지 예닐곱 달 된 애기의 그 조그만 손톱에 봉숭아 꽃물을 들이겠다고 종종거리는 목덜미가 어여쁠 것 같은 젊은 여자와, 남편으로서도 아빠로서도 아직 어설픈 젊은 남자가, 마루에 앉아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정경속에는 이제 갓 돋기 시작하는 새 풀을 보는 듯한 청량한 기쁨이 서려 있다.
신경숙(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