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기억상실증’에 걸렸나.
방송개혁위원회가 일부 프로그램을 ‘불량식품’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던 1월 MBC는 10대 위주의 가요프로 ‘음악 캠프’를 폐지했다. 대신에 방송의 공영성 강화를 위해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품격 있는 프로를 만들겠다며 ‘가족캠프’(토 오후6·00)를 신설했다.
그러나 ‘가족캠프’는 석달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간판만 바뀌었을 뿐 과거 비판을 받았던 ‘음악 캠프’와 다를 게 없다는 평을 듣는다.
17일 방영된 1부 ‘뮤직 스테이션’에서는 출연자부터 10대들이 좋아하는 댄스그룹으로 짜여졌다. ‘신화’ ‘지누션’ 등이 ‘캠프 스페셜’과 고별무대라는 형식으로 잇따라 무대에 올랐다. 록가수 김경호와 임창정 양파가 등장했지만 구색맞추기 수준. 순위만 발표하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상의 가요순위프로였다.
화면과 무대의 구성에서도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찾기 힘들었다. 화면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수시로 흔들렸고 10대의 괴성과 고함이 요란했다.
방송사의 건망증은 무대의 ‘거품’에 이르면 절정에 달한다. 댄스그룹이 출연하면 백댄서를 포함해 20여명이 ‘떼거리’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2부 ‘드림 스테이션’의 ‘119카메라 스타가 뛴다’ 코너는 출연자의 인권에 대한 배려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 코너는 두 남학생을 화해시킨다는 명목 아래 서먹서먹해 하는 학생들을 불러내 몸을 묶고 탁구를 치게 하는가 하면 춤을 배우도록 강요했다.
당초 의도대로 되지 않자 진행자는 “너 때문에 이 많은 스태프가 고생해도 되는 거냐”며 화를 냈고 이 장면은 그대로 방영됐다. 출연자를 제작진의 ‘도구’처럼 경시하는 시각을 노출한 것이다.
한편 지난주 방영된 프로 중 SBS ‘그것이 알고 싶다’(17일 밤10·50)의 ‘세상속으로―다운 아이들의 또다른 도전’편과 K BS ‘일요스페셜’(18일 밤8·00)―‘오토 다케의 즐거운 인생’편은 장애인의 꿈과 좌절을 꼼꼼하게 다룬 수작이었다는 평을 들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