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일본총리가 ‘식은 피자’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에서 벗어났다.
미국인 정치평론가 존 뉴퍼가 처음 만든 이 표현은 지난해 7월 사실상의 일본총리선거였던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를 앞두고 미국신문 뉴욕타임스에 소개되면서 일본 국내외에 순식간에 번졌다. 뉴퍼는 당시 “오부치후보가 신선미가 없고 경제에 문외한”이라며 이같이 혹평했다.
일격을 맞은 오부치총리는 기자들을 자택에 초청해 피자를 데워 대접한 뒤 “식은 피자도 데우면 맛있다”고 응수했으나 상당히 불쾌해했다.
그런 뉴퍼가 최근 오부치총리를 방문해 “취임후 총리의 행보를 보고 식은 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며 자기발언을 철회했다. 오부치총리는 19일 발매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회견에서 이같은 에피소드를 밝혔다.
뉴욕타임스도 최근 “식은 피자라는 개운치 않은 별명까지 들었던 오부치총리가 취임후 최대과제인 경제안정 등에 성과를 거뒀다”며 그의 국정운영에 호의적 평가를 내렸다.
오부치총리는 타임과의 회견에서 “취임당시 일본경제가 붕괴위기에 직면했으나 금융안정과 경기부양책으로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외교적 성과를 자랑하면서 특히 “한국에 대해 사죄해야 할 것은 모두 사죄해 관계를 개선했다”고 말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