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인 20일 오전 경기 수원 무궁화전자 출하장. 핸디청소기 박스를 가득 실은 컨테이너 차량이 빠져나가자 출하장에 모여있던 직원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이날은 장애인 직원들로 이뤄진 무궁화전자가 생산한 제품을 처음 수출한 뜻있는 날이었다. 컨테이너에 실린 제품은 네덜란드로 향하는 5천3백대의 핸디청소기로 금액은 10만달러 규모.
청소기를 수출해달라고 바이어로부터 주문을 받은 것은 불과 12일전. 납기일을 맞추느라 직원들은 휴일도 포기한 채 잔업 근무를 해야했다.
삼성전자가 전액 출자, 장애인 전용공장으로 94년 설립된 무궁화전자는 전화기 핸디청소기 충전기 등을 생산해왔다. 1백47명 직원 가운데 1백1명이 장애인. 지체장애 청각장애 뇌성마비 등 시각장애인을 제외하고 양손을 쓸 수 있는 장애인들이 모두 모여있다.
이번 첫 수출은 IMF체제 1년간의 어려움끝에 이뤄낸 것이라 더욱 뜻깊었다. 아무도 장애인 공장이라고 봐주지 않았다.
주력 품목이던 정수기와 헤어드라이어 등의 주문이 완전히 끊기면서 전화기를 생산하는 일부 라인을 제외하고 97년말부터 올초까지 13개월동안 공장 가동이 거의 중단됐던 것.
지유연과장은 “장애인들이 생산에 참여하지만 불량률은 불과 1% 이하”라고 소개했다. 일반 공장의 불량률이 보통 2∼5%를 넘는 것에 비하면 대단한 실적.
무궁화전자는 장애인용 차량에 장착되는 핸드컨트롤러를 일본 닛산자동차와 기술제휴해 주문 생산하고 있다. 몸에 꼭맞는 맞춤형 휠체어도 한창 개발중이다. “장애인 회사에서 장애인 용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라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