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검사’로 알려졌던 서익원(徐翼源·59)전수원지검장이 20일 타계했다. 그는 2년 전 발병했던 암이 재발해 생사를 넘나드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타계 직전 30년 검사생활을 정리하는 회고록 ‘따뜻한 날의 오후’를 펴내 감동을 전하고 있다.
서 전검사장은 68년 검사로 임관돼 대검 형사부장과 수원지검장을 지내고 93년 퇴직했다. 그는 87년 서울지검 차장검사 시절 박종철(朴鍾哲)군 고문치사사건 수사를 지휘해 진실을 밝혀냈다.
서 전검사장은 회고록에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법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고 있다.
‘직덕(職德)’이라는 글에서 그는 “검사라는 직업 때문에 주위에서 부탁과 기대가 많았지만 대부분 못본체하고 넘겼다”며 “평생 법으로 밥을 먹고 살았지만 법 없이도 살 수 있기를 바랐다”고 적었다.
‘법이 우습다’는 제목의 글에서도 그는 법에 대한 회의를 나타냈다. 그는 “검찰의 투명하지 못한 수사와 정권의 사면권 남용 등으로 서민들만 법을 겁낼 뿐 높은 사람들은 법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서 전검사장은 ‘몰락한 독재자를 끝까지 비호하는 추종자’ ‘부패한 상사를 감싸며 희생하는 부하직원’ 등을 예로 들며 ‘의리’라는 것이 옳고 그름과는 무관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의 오랜 친구인 정성진(鄭城鎭·국민대 교수)전대검중수부장은 “박종철군 사건때 어려운 결단을 내려 역사에 큰 기여를 했으면서도 한번도 내색을 한 적이 없다”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 했다.
유족으로는 미망인 김수자(金壽子)여사와 2남1녀가 있다. 스포츠해설가 서기원(徐基源)씨가 친형이며 대구지검 정용수(鄭容秀)검사가 사위다. 발인은 22일 오전9시 삼성서울병원. 02―3410―6907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