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전문그룹으로의 변신을 선언한 대우가 전문경영인을 중용하는 대폭적인 경영진 물갈이에 나설 전망이다. 34개의 계열사를 8개로 줄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존 경영진중 상당수를 퇴진시키고 소장 실력파들을 중용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김우중(金宇中)회장은 19일 서울언론재단 모임에 참가한 현 경영진 앞에서 “대우가 조만간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면모를 일신할 것”이라고 밝혀 그룹체제의 대개편에 맞춰 파격적 인사를 구상중임을 시사했다. 대우는 다른 그룹 총수들과 달리 김회장 일가(一家)의 경영참여를 스스로 엄격히 제한해왔기 때문에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이 새삼스럽지는 않다는 것이 재계의 대체적인 평가. 유일한 친족 경영자인 부인 정희자(鄭禧子)대우개발 회장이 힐튼호텔 경영을 맡아왔지만 사장단회의에 참여하지 않는 등 그룹경영에서는 배제돼 있었다. 그나마 힐튼이 매각될 경우 경영일선에서 완전 물러날 것이 확실시된다.
아들 선협(善協·30)씨는 대우자동차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중이지만 경영2세 수업과는 거리가 먼 편. 김회장은 지난해 선협씨를 대우재단 책임자로 선임, 그룹 경영에 발을 들여놓지 않게 할 계획이라고 여러차례 공언해왔다.
대우는 97년 12월 세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지역본사제를 도입하면서 회장단을 대거 해외사업 책임자나 상담역으로 발령했다. 이중 이경훈(李景勳·중국본사) 김태구(金泰球·폴란드본사) 장영수(張永壽·베트남본사)회장 등은 지난해 귀국, 그룹 구조조정 작업을 안팎에서 돕고 있고 윤영석(尹永錫) 배순훈(裵洵勳)회장은 그룹을 떠났다.
따라서 향후 경영진 물갈이는 무역 건설 자동차 중공업 증권 전자 등 현 핵심사업 부문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빅딜의 와중에서 분식결산 의혹까지 받은 통신부문 경영진이 물러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향후 누가 대우그룹의 실세 경영진에 오를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미 그룹안에서는 몇몇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선두주자들이 있다. 김회장이 일에 저돌적이면서도 대인관계가 좋은 몇몇 후계자를 키우고 있다는 소문은 그룹안에 오래전부터 퍼져 있다.
현재 40대 후반이나 50대초반의 인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비서실출신의 40대 초반 인사가 그 뒤를 바짝 따르고 있다. 비서실에서 능력을 검증한 후 중용하는 김회장의 스타일에서 비롯된 추측이다.
외부영입 인사중에서도 한 두명이 잘 나가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은 이번 구조조정 계획수립에도 깊숙이 간여한 것으로 알려져 그같은 소문을 뒷받침하고 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