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프에 빠진 에든버러공작.’
방한중인 엘리자베스 2세 영국여왕의 부군 에든버러공작(필립공·78)이 20일 저녁 청와대에서 마련된 국빈만찬에서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영국 신문들에 크게 실렸다. 이 제목은 대중일간지 선이 그 사진에 붙인 것.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바로 옆에 앉은 에든버러공작은 고령과 그동안의 ‘강행군’으로 피로가 겹쳐 여왕 연설 도중 잠의 유혹에 푹 빠지고 만 것.
영국 언론들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에든버러공작이 눈을 지그시 감고 만찬 테이블에 부딪칠 정도로 위험하게 고개를 떨구고 있는 모습을 일제히 포착해 보도했다.
대중일간지인 미러는 영화 ‘왕과 나’를 빗대어 ‘남편과 나’라고 불렀다. 일간지 익스프레스는‘아내의 연설을 듣는 데 지친 남편’이라는, 여왕의 남편이 된 의무를 다할 수밖에 없는 ‘비애(悲哀)’를 나타내는 제목을 뽑았다.
영국 언론들은 에든버러공작이 11시간40분의 오랜 비행끝에 지칠대로 지친 상태로 서울에 도착했으나 시차도 미처 극복하지 못한 채 무더위 속에서 국립묘지참배 등 강행군을 했다고 소개했다.
〈김태윤기자·런던AFP연합〉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