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선거구제 협상에 앞서 내각제 논의를 먼저 매듭지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대통령제 하에서는 양당제를 전제로 한 소선거구제가, 내각제에서는 다당제 출현 가능성이 높은 중대선거구제가 적합하다는 논리에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선거구제를 먼저 결정하면 여권이 그에 맞춰 내각제 개헌 논의의 방향을 몰아갈 것으로 본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현재의 소선거구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아직 최종당론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비롯한 주류쪽은 소선거구제 유지를 선호하지만 수도권출신 일부와 중진의원들은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선거결과를 바탕으로 의석 획득 가능성을 분석해 본 결과 소선거구제가 가장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이총재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명도가 높거나 여당의 연합공천 후보와의 1대1 대결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은 동반당선을 염두에 두고 중대선거구제를 선호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와 함께 여당이 주장하는 정당명부제는 결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입장이다. “정당명부제를 도입하면 지역분할구도를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오히려 지역차별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게 이총재의 반론. 그는 특히 대통령이 후보지명에 대한 전권을 행사, 과거 유정회와 같은 대통령 전위대 구실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평가절하한다. 한나라당은 결국 공동여당의 단일안이 나온 뒤 선거구제에 관한 당의 입장을 정하기로 했지만 현재의 분위기로는 소선거구제 쪽으로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높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