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빌딩 숲’ 주변에 희한한 이름의 ‘땀빼는 시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도시인들의 새로운 생활풍속도를 반영하고 있다.
불가마찜질막 불가마체험장 일라이트불가마…. 지난해 중반경에 생겨나기 시작해 요즘은 경기 고양시 일산 신도시 부근 15곳, 성남시 분당 주변 10여곳 등 수도권에만도 수십여곳이 성업중이다.
이같은 ‘땀빼는 시설’의 특징은 기존 목욕탕이나 사우나와 달리 남녀가 함께 이용하며 욕탕(浴湯)이 없다는 점. 이 때문에 목욕업으로 분류되지 않아 세무서에 ‘자유업’으로 사업자등록만 하면 돼 그만큼 창업이 쉽기도 하다.
지난주 어느날 오후 용인시 수지읍 C맥반석. 라커룸(탈의실)에서 반소매 티셔츠와 반바지를 빌려 입은 뒤 2백여평 규모의 찜질막에 들어가니 수십여명의 남녀 고객이 한가로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직원이 게르마늄 황토 옥 맥반석 불석 고령토 운모 수정 등을 노(盧)에서 섭씨 7백∼8백도로 달군 뒤 끄집어내자 고객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강한 열을 쐰다. 온 몸에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주부들이흐뭇한표정을지으며 “원적외선이 나오기 때문에 침을 수만대나 맞는 것과 같은 효과가 있대”라고 수군댄다.
맥반석을 깐 바닥에 반듯이 누워 잠을 자는 사람, 곳곳에 엎드린 여성들, 가부좌를 틀고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기(氣)체조’를 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업소 관계자는 “낮에는 ‘아줌마부대’나 노령층, 오후7시 이후에는 퇴근한 남성들이 주고객”이라고 말했다. 입장료는 1만원.
고양시 일산구 B일라이트불가마는 1,2층 합쳐 6백여평 규모. 황토방과 함께 전통찻집 식당 피부마사지실 휴게실 등도 갖춰져 있다. 13세 이하는 출입금지.
칠순노모와 가끔 들른다는 조은행씨(40·고양시 일산구)는 “숙취 해소와 피로 회복에 그만”이라며 “땀을 흘린 뒤 씻어내지 않아도 기분이 상쾌하다”고 말했다.
시설공급업체인 S사 대표 이희선씨(41·여)는 “욕탕에 몸을 담그는 기존 목욕방식과 달리 옷을 입은 채 땀을 빼고 한가로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점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종희기자〉parkhek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