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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권재현/「병원의 귀염둥이」 소망

입력 | 1999-04-21 19:24:00


그 아이는 웃을 줄 모른다. “싫어”나 “안 해”라는 부정어만 입에 달고 다닌다. 하지만 그 아이는 어느새 서울 중앙병원 소아병동에서 가장 사랑받는 존재가 됐다.

소담비(2). 이름처럼 새까만 눈동자에 영리해 보이는 입매를 가진 아이지만 담비는 무척 아프다.

기관지폐쇄증으로 벌써 5개월째 입원 중이지만 바람만 쐐도 기침감기와 고열에 시달린다.

의사는 담비가 7, 8세 될 때까지는 외부와 격리된 상태에서 약물치료를 꾸준히 받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담비는 곁에서 돌봐줄 육친이 없다. 식당에서 일하던 친아빠는 지난해 죄를 지어 교도소에 복역 중이고 아빠의 후처였던 친엄마는 집을 나갔다. 아빠의 본처인 ‘엄마’나 삼촌도 역시 담비를 받아줄 ‘여유’가 없었다.

졸지에 고아신세가 된 담비는 지난해 연말 파주보육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숨을 할딱거리며 체온이 38도가 넘게 올라갔다. 입소 사흘 만에 중환자실로 실려간 단비는 이후 계속 병실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의료보험1종 대상자면서도 진료비가 벌써 2백만원이 넘었다.

담비의 보육교사인 손의주씨(30)는 “어린 나이에 부모에게서 버려진 탓인지 담비는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을 모두 ‘엄마’‘아빠’라고 부른다”면서 “앞으로도 5년간은 병원신세를 져야할 담비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그 ‘엄마’‘아빠’가 돼줄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