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사수 운동으로 똘똘 뭉쳤던 영화인들사이에서 신, 구세대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한국영화인협회(이사장 김지미)는 최근 산하 8개 분과위와 공동명의로, 젊은 영화인들의 모임인 충무로 포럼(대표 문성근)에 경고문을 보냈다. 내용은 ‘부당 집회’를 중지하라는 것.
협회측은 “충무로 포럼이 영화진흥위원회 위원 선정 등 해서는 안될 논의까지 벌여 영화계의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며 “협회 산하 배우협회 회원인 문성근 등의 회원은 소속단체를 통한 청원 등 민주적 토론절차를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충무로 포럼은 최근 토론회를 잇따라 열고 영화진흥법에 따라 6월경 신설될 영화진흥위가 개혁적이고 전문성을 갖춘 인사로 구성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아왔다.
지난해 영화배우 문성근 명계남, 김혜준 영화연구소 부소장 등 소장파가 주축이 되어 발족한 충무로 포럼은 지난해말 미국의 압력에 의한 스크린쿼터 축소 위기를 처음으로 제기하는 등 영화계의 여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해왔다.
포럼 관계자는 “자유로운 모임 참석자에 대한 경고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참석자 중 협회 회원이 3분의1도 안돼 경고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충무로포럼은 경고와 상관없이 20일 다시 토론회를 열어 영화진흥위원회의 역할에 대해 논의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일을 ‘영화계의 최고 권력기관으로 자리잡게 될 영화진흥위원회의 주도권을 둘러싼 신,구세대의 힘겨루기’로 바라보기도 한다.
‘젊은 세대가 제작현장을 주도한데 이어 원로들의 영역이었던 영화관련 기구의 구성에도 목소리를 높이자 원로그룹이 위기의식을 느껴 반격을 가한 것’이란 해석이다.
협회측은 토론회를 다시 연데 대해서 “이사회에서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혀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