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과 관련해 현대중공업 김형벽(金炯壁)회장과 현대상선 박세용(朴世勇)회장이 검찰에 고발됐다.
감독 당국이 주가조작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재벌회사와 대표를 적발해 검찰에 고발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혐의가 확정될 경우 형법상 사기죄와 형량이 같은 10년 이하의 징역에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나승렬(羅承烈)거평그룹회장도 계열사가 부도날 것을 미리 알고 보유주식을 내다판 혐의로 고발됐다.
금융감독원은 21일 현대중공업 현대상선 등 법인 4곳과 법인대표 8명, 임직원 17명을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에 무더기로 고발 또는 통보조치했다.
현대중공업 김회장은 작년 5월26일부터 11월12일까지 현대증권 창구를 통해 현대전자 주식 8백5만여주(1천8백82억원어치)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인위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린 혐의.
현대상선 박회장도 작년 6월18일부터 30일까지 회사돈 2백52억원을 들여 현대전자 주식 88만여주를 비싼 값에 사들이는 방법으로 주가를 2만4천2백원에서 2만9천9백원으로 끌어올렸다. 거평그룹 나회장은 작년 4월13일 주력사인 대한중석의 해외영업양도가 무산돼 부도를 피할 수 없게 되자 대한중석과 ㈜거평의 주식을 팔아 10억9천만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다.
계열사 차입금으로 자기회사가 발행한 사모(私募)전환사채(CB)를 대거 사들인 뒤 주가를 끌어올려 1백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경기화학 권회섭(權會燮)대표도 검찰에 고발됐다.
금감원은 이밖에 한국주강 부도(98년 4월24일)를 미리 알고 차명계좌를 통해 보유주식 5만3천여주를 판 한국파이낸스 김무석(金戊錫)대표를 고발했다.
또 엔케이텔레콤과 자금거래 과정에서 부도정보를 입수해 공시전에 보유주식을 매각한 일반투자자 최모씨와 권한없이 ㈜골드뱅크의 전환사채 인수를 주선하고 수수료를 받은 컨설팅회사 대표 이모씨도 각각 검찰에 고발됐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