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계 농약회사의 한국법인 노바티스아그로코리아의 프레드릭 보어 이사(42)는 한 달에 10일 이상 ‘가출(家出)’한다.
수시로 집을 떠나 전국을 돌아다니는 것. 그러나 그의 가출은 단순한 유람이 아니다. 농민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농약을 만들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러 다니는 것.
“처음에는 농민들이 마음의 문을 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만나는 회수가 많아지고 그분들의 문제 해결에 앞장서자 이제는 저희들을 신뢰하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보어이사의 ‘팔도유람’은 노바티스가 국내 농약업계에서 최초로 도입, 실시하고 있는 필드마케팅의 일환.
필드마케팅팀을 총지휘하고 있는 보어이사는 “농사에 필요한 제품은 농민들이 가장 잘 아는 법”이라고 필드마케팅의 의미를 설명했다. 노바티스의 필드마케팅은 국내 다른 업체에도 영향을 미쳐 유사한 제도를 실시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보어이사는 “6개월 넘게 농촌을 돌아다니다 보니까 이제는 한국 농민이 다 됐다”며 웃었다. 농민들과 어울려 막걸리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식사 초대를 받기도 한다.
프랑스 농촌 출신인 보어이사는 “세계 어느나라나 마찬가지지만 농민들은 가장 부지런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올해초 전남 나주 지역의 한 부락을 방문했을 때의 일. 보어이사 일행은 밭에서 일하고 있는 한 노부부와 마주쳤다. 수은주가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이었지만 노부부는 얇은 티셔츠 차림에 장갑도 끼지 않은 채 묵묵히 밭을 갈고 있었다.
보어이사는 “너무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깊이 감명받았다”며 “지금까지 그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보어이사는 23일 서울 본사와 전국 지사의 전 직원들과 함께 들판으로 나간다. 이날은 전세계의 노바티스 지사가 동시에 실시하는 ‘지역사회봉사의 날(Community Partnership Day)’. 노바티스코리아 직원들은 빈 농약병 줍기, 쓰레기 청소, 제초작업 지원 등을 할 예정이다.
보어이사는 농촌을 좀 더 열심히 돌아다니기 위해 지난해 기아자동차의 카니발을 구입했다. 그의 차는 빈 농약병으로 가득차곤 한다. 차를 몰고 논밭길을 지나다 눈에 띄는대로 빈 병을 주워담기 때문.
그는 “제품을 더 많이 파는 것보다 농민들의 건강과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제공하자는 게 노바티스의 기업철학”이라고 소개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