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파업을 풀고 얘기합시다.』
“구조조정계획을 철회하지 않는 한 대화는 못합니다.”
22일 오전11시경 서울 명동성당 입구. 서울지하철공사 노조원 1천여명이 나흘째 농성중인 이곳에 공사 손장호(孫長鎬)사장이 일행과 함께 설득차 농성현장을 방문했으나 노조측이 수백명의 노조원을 동원, 입구에서부터 가로막고 나섰다.
손사장도 “공사의 구조조정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양쪽은 한동안 서로 노려보며 승강이를 벌이다 손사장측은 5분도 채 안돼 돌아섰다.
서로 등을 돌린 노사는 이번에는 상대측을 헐뜯기 시작했다. 손사장은 현장에서 기자들과 가진 즉석인터뷰에서 “노조가 업무복귀자 가족에게 전화를 걸어 ‘파업에 참여하지 않으면 나중에 애 아빠가 왕따당한다’며 회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노조 서형석(徐瑩錫)대변인은 “서울시와 공사측이 오히려 가족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 징계 운운하며 노조원의 업무복귀를 종용하고 있다”며 “노조원의 농성장 이탈을 막고 있다는 회사측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농성장을 찾은 노조원 가족 박모씨(31·여)는 “이쪽 말을 들으면 이쪽 말이 맞고 저쪽 말을 들으면 저쪽 말이 맞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서로 대화자체를 거부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하루빨리 현명한 해결책을 찾아달라는게 박씨의 하소연이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