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곳곳에서 ‘귀가전쟁’이 벌어졌다.
서울지하철 노조 파업 4일째인 22일 지하철 2∼4호선의 마지막 전동차 운행이 종전 밤12시(종착역 도착기준)에서 10시로 2시간 단축됨에 따라 막차를 놓친 시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혼잡을 빚었다.
그러나 상당수 시민들이 일찍 귀가길에 올라 당초 우려했던 교통마비나 불상사는 빚어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노조의 명분없는 파업과 당국의 대책소홀’에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불편을 감수하는 모습이었다.
도심에서 외곽으로 빠지는 주요 도로는 이날 오후10시를 넘어서까지 시속 20㎞를 넘지 못했을 정도로 극심한 체증을 빚었다.
▼지하철 역 ▼
도심의 주요 환승역은 오후7시부터 막차가 지나간 10시경까지 극심한 혼잡이 계속됐다.
지하철 1,2호선의 환승역인 신도림역은 오후 9시25분경 홍대입구행 막차, 10시10분경 당산행 막차가 각각 떠났지만 10시반경까지도 1백여명의 시민이 승강장을 서성이며 열차를 기다렸다.
일부 시민은 막차가 지나갔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듯 제지하는 역무원을 밀치고 직접 승강장까지 내려가본 뒤에야 발길을 돌렸다.
지하철 2호선 신촌역의 경우 오후9시9분경에 시내 방향 전동차가 지나간 뒤 전동차 운행이 끝났다. 역측은 8시50분경부터 3분간격으로 계속 “전동차 운행이 끝났다”는 방송을 내보내며 승차권 판매를 중단했다.
지하철 2,3호선의 환승역인 교대역에서는 승강장이 꽉차 일부 승객이 승강장 가장자리로 밀려나 선로에 떨어질뻔한 위험한 상황도 벌어졌다.
이날 퇴근길 전동차안은 거의 예외없이 ‘콩나물시루’를 연상케했고 일부 환승역에선 막차가 왔는데도 더 이상 탈 공간이 없어 전동차에 오르지 못한 시민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지상 교통 ▼
지하철 운행이 끊어지기 시작한 이날 오후8시반경부터 을지로와 종로 등 도심에서는 막차를 놓친 시민들이 버스와 택시를 타기 위해 차도까지 몰려나와 우왕좌왕했다.
특히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종합운동장에서는 프로야구 두산과 해태의 경기가 끝난 오후10시반경 7천여명의 관중이 한꺼번에 몰려나와 교통혼잡이 극심했다.
이곳의 양쪽 버스정류장에는 수많은 시민이 차로까지 나와 버스를 기다렸다.
이밖에 시청앞과 종로3가 등 지하철 역 주변의 주요 버스정류장 앞에는 예외없이 시민들이 수십m씩 늘어섰다.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서 소규모 의류업체를 운영하는 최모씨(39)는 “요즘 여름상품을 생산하느라 전 직원이 연일 야근을 해왔지만 오늘은 오후8시경에 직원들을 다 퇴근시켰다”며 “노조의 파업으로 평소 대중교통에 의존해온 서민 근로자들만 더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기홍·선대인·이완배·박윤철기자〉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