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유고공습 한달을 맞는 시점에 주목되는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하나는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대통령의 새로운 제안, 또 하나는 NATO 창설 50주년 기념 특별정상회의다.
밀로셰비치는 22일 몇가지 조건을 붙여 러시아가 참여하는 비무장 유엔 국제감시단의 코소보 주둔을 수용할 것임을 밝혔다고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전 러시아 총리가 전했다.
밀로셰비치는 특사로서 베오그라드를 방문한 체르노미르딘에게 “NATO군이 폭격을 중단하고 유고 국경지대에서 병력을 철수한다면 유엔 국제감시단의 코소보 주둔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밀로셰비치는 △세르비아측이 알바니아계 대표와 직접 협상하게 하고 △그리스 이외의 NATO 회원국이 국제감시단에 끼지 말 것 등 까다로운 조건도 붙였다.
그동안 무장병력인 평화유지군의 코소보 주둔을 주장해 온 NATO가 ‘비무장 감시단’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그렇게 되면 코소보 사태는 확전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이미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주요 NATO회원국들은 지상군 파병으로 기울고 있다. 밀로셰비치가 NATO 균열을 노려 이번 제안을 했는지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양측이 밀로셰비치의 제안을 놓고 협상을 모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공습 한달 동안 유고 군사시설과 사회간접자본시설들은 이미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밀로셰비치의 제안은 그런 곤경에서 나왔을 수도 있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22일 “만일 밀로셰비치 발언이 평화유지군 수용을 의미한다면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전된 것으로 본다”는 말로 밀로셰비치의 태도 변화에 대한 기대를 표시했다.
어느쪽이든 23일부터 사흘동안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NATO 50주년 기념 특별정상회의에서는 코소보 사태 해결방안이 폭넓게 논의된다.
하비에르 솔라나 NATO사무총장은 이번에 지상군 파병이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밀로셰비치의 제안과 지상군 투입 여부도 중요한 의제에 포함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정상회의는 코소보사태의 큰 분수령이 될 것이다. 물론 NATO 회원국 및 협력국 정상 42명이 참석하는 이번 회의는 NATO의 미래라는 훨씬 큰 주제도 논의한다.
〈이희성기자·외신종합연합〉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