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할머니가 평생 폐품을 수집해 모은 전재산 1억원을 대학에 기증했다.
23일 한국외국어대를 찾아 불우한 학생을 위해 써 달라며 1억원을 내놓은 장경자(張京子·81·서울 동대문구 이문2동)할머니.
할머니에겐 피붙이가 없다. 1918년 함경남도 신북청에서 딸만 여섯인 집안의 둘째로 태어난 할머니는 19세때 서울 삼청동으로 시집왔다. 그러나 결혼 1년만에 남편이 폐병으로 죽어버려 자식도 얻지 못했다.
그로부터 60여년. 할머니는 폐품을 모으면서 생계를 이어왔다. 그리고 한푼 두푼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입을 것 안 입고 먹을 것 안먹었다. 월사금이 없어 보통학교(초등학교) 3학년때 학업을 중단한 것을 생각하면 돈을 쉬 허비할 수 없었다.
주변에서 새로운 건물이 높이 올라갔지만 할머니는 지은 지 70년이 넘어 쓰러져가는 집을 보수 한번 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 집도 미국으로 이민간 동생 소유여서 자신은 집 한 채도 없는 셈. 나이가 들어 폐품수집도 하기가 어려워진 이후부터는 생활보호대상자로 지정돼 동사무소에서 나오는 보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병을 얻었다. 방광에 커다란 물혹이 생긴 것. 암이라는 진단이었다.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3월말 병원문을 나설 수 있었지만 몸이 예전같지 않았다. 약을 먹으면 그나마 살 것 같지만 약기운이 떨어지면 거동하기도 힘들다. 한달에 두번씩은 꼬박꼬박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이 와중에 치료비로 5천만원을 지출해야 했다. 할머니는 돈이 계속 나가는 것을 보고 마지막 결심을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생, 마지막으로 뜻깊은 일을 하자고.
그리고 자신에게 남아있는 저축을 모두 털어 한국외국어대를 찾았다. 60여년간 대학근처에서 살면서도 학교를 찾은 것은 처음이었다.
“돈이 없어 공부를 못하는 학생이 생기지 않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어.”
홀로 단칸방을 지키며 ‘이제 병원비도 없다’고 말하는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에는 그러나 환한 미소가 번졌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