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책과 사람] 유하/「재즈를 재미있게 듣는 법」

입력 | 1999-04-23 19:38:00


“운명이여, 나를 내버려두게나/즉흥적으로 나 이 세상에 와서/재즈처럼 꼴리는 대로 그렇게 살다가리니.”(재즈1,‘세운상가 키드의 생애’ 중에서)

‘바람부는 날이면 재즈를 듣는’ 90년대 감성시인 유하(36). 그의 서재엔 시집보다 재즈음반 비디오테이프가 더 많다. 즉흥성 이미지 욕망 키치…. 무의식 세계의 감정을 비정형적 틀 속에 물흐르듯 쏟아내는 그의 시 언어는 재즈와 닮아 있다.

시 외에도 영화 가요 등 꾸준히 외도를 하던 그가 이번엔 본격적인 재즈 감상법을 책으로 엮어냈다. ‘재즈를 재미있게 듣는 법’(황금가지). 찰리 파커, 쳇 베이커, 빌리 할리데이 등 60여편의 음반을 소개하고 자신의 음악감상 에세이를 덧붙였다. 2천여장의 앨범을 듣고 직접 곡을 선정했다. 팝이나 영화음악 등으로 친숙하게 알려진 스탠더드 곡에서부터 하드밥 음반까지 섭렵한다.“재즈란 인간 내부를 흐르는 마음의 움직임, 그 순간의 천변만화를 날것 그대로 형상화하는 데 가장 알맞은 선율의 육체를 갖고 있습니다.”

재즈는 ‘짜여진 틀이 없는 열린 구조’이자 ‘텅빈 공(空)의 세계’라고 예찬하는 그는 “음악에서 무한한 상상력과 영감을 얻는다”고 말했다. 유명한 재즈광인 무라카미 하루키도 지난해 ‘재즈 에세이’를 펴낸 바 있다. “솔직히 경쟁의식도 느낀다”는 그는 “한 50살쯤 본격 재즈 에세이를 쓰고 싶다”고 말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