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학교가 붐빈다고 한다. 경제난을 견디지 못해 도시에서 떨려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시에서의 숨가쁜 생활을 정리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20, 30대가 늘어난다는 현상이다.
출판가도 이러한 흐름을 감지했다. 증권투자로 단숨에 돈벌기에 관한 책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나오는 한편에서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내용을 담은 수필 소설 등이 조용히 줄을 잇고 있다. 변화된 패러다임의 핵심은 인간중심의 세계관을 버리고 풀이나 벌레들의 이웃으로서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자는 생태주의. 온갖 문명의 이기를 벗어나 ‘자발적인 빈곤’(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중)을 선택하자는 것이다.
프랑스작가 장 마르크 오베르의 소설 ‘대나무’(문학사상사). 절망에 빠져 있던 알코올중독자 사내 베르트가 깨어진 화분에 뿌리를 내린 대나무를 보고 삶의 의지를 되찾는다. 그러나 새로운 삶의 방식은 지금까지의 정복하고 정복당하는 동물성의 삶이 아니다. 대나무처럼 평온하고 공존하는 식물성의 삶이다.
듀안 엘진의 ‘소박한 삶의 철학’(바다출판사)은 ‘자발적인 소박함’을 이렇게 정의한다. ‘삶의 주된 목적과 상관없는 물건을 많이 소유하지 않는 것 뿐만 아니라 목적을 향해 매진하는 마음, 진실함, 내적인 정직성이 필요하다.’
미국 환경운동에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책으로 꼽히는 알도 레오폴드의 49년작 ‘모래땅의 사계’(푸른숲)는 자연과 인간의 대화를 감동적인 언어로 옮겨놓았다.
어떻게 삶을 바꿀 수 있을까. 소로는 ‘월든’(이레)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믿어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대나무’에서 베르트의 아내 루이즈도 똑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 인생을 바꿀 준비가 돼 있죠?”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