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 계열사 79개 중 5개 핵심업종 주력기업 26개만 남기고 나머지 53개를 올해안에 정리키로 했다. 또 주력업종 중 하나였던 화학분야를 포기하고 현대정유와 인천제철 현대강관 등 상당수의 대형우량 계열사도 연내에 매각할 계획이다.
현대는 자동차 전자 건설 중공업 금융서비스 등 5개 주력업종의 독립 소그룹화 시기도 앞당겨 당초 2001년이던 자동차는 내년까지, 2005년으로 잡았던 4개 업종은 2003년까지 그룹 분리를 마무리해 그룹을 사실상 해체할 방침이다.
현대 박세용(朴世勇)구조조정본부장은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은 내용의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대대적인 ‘계열사 세일’〓현대는 계열사 13개를 연말까지 매각할 계획이다. 박본부장은 “특히 이 가운데 자산 1조원 이상 대형 회사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외국 업체들과 활발한 매각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실적은 하반기 이후에 가시화될 것이라는 설명.
박본부장은 매각대상 계열사에 대해서는 “종업원의 동요 등을 고려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지만 인천제철 현대강관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석유화학(통합법인 지분)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정유가 ‘매물 리스트’에 오른 건 주목할 만하다. 주력업종에서 빼기로 한 화학부문의 핵심인 현대정유는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의 조카 몽혁씨 몫으로 분류됐던 회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몽(夢)자’ 2세들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메시지다.
정세영(鄭世永)명예회장의 자동차 퇴진에 이어 비(非)직계에 대한 재산분할에 변화가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부채 200% 문제 없어〓현대는 그룹의 자금사정에 대한 주변의 불안을 해소하느라 특히 고심했다. 현대의 계획으로는 올해 구조조정작업이 완료되면 그룹의 부채는 현재 79조2천억원에서 45조4천억원으로 줄어 부채비율을 199%로 낮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기아차와 LG반도체 인수로 17조원의 부채를 떠안는 바람에 우량 계열사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게 된 것.
▽종전 계획보다 고강도〓이번 구조조정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1월에 발표한 내용과 비슷하다. 자동차 및 소그룹별 분리 등은 당시나왔던내용들.그러나 강도와 속도를 대폭 높였다는 점에선 평가할 만하다. 현대측은 “우리로선 더이상 내놓을 게 없다는 각오로짜낸방안”이라고말했다.
다만 발표시기에 대해 현대는 “반도체 빅딜 타결에 맞췄다”고 말하지만 정부와 금융권의 압박을 의식한 ‘제스처’라는 시각도 있다.
현대의 ‘청사진’대로 재무구조 개선이나 그룹의 완전해체가 과연 성사될지는 두고 볼 일. 특히 그룹해체는 정주영명예회장이 과거 여러차례 얘기했지만 지금까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