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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자 소득하향신고]연금,내년 신규수령자 큰 손해

입력 | 1999-04-24 09:01:00


23일 발표된 국민연금 도시지역 가입자 소득신고 현황은 하향 소득신고로 인한 소득역진현상과 연금재정의 불안정에 대한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고소득 전문직종의 소득신고액이 예상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소득이 투명한 직장인 가입자가 고소득 자영업자나 전문직을 금전적으로 지원하는 소득역진현상이 나타나 ‘사회통합’ ‘소득재분배’라는 당초 취지가 크게 퇴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마감한 소득신고 결과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소득신고 하향 추세. 이번에 신규 가입자 4백2만명 중 직장인 가입자보다 소득이 적다고 인정되는 구멍가게 노점상 등 영세상인, 5인 미만 영세사업장 근로자 및 임시직 일용직 시간제 근로자를 제외한 과세소득자 70만7천명만 살펴봐도 이들의 평균신고소득은 1백20만2천원으로 직장인 가입자 평균소득(1백44만원)에도 못미치고 있다.통계청 조사소득의 80% 수준을 성실신고로 간주할 때 의사의 31.5%가 ‘의사의 성실신고 기준치’인 2백44만원 이하로, 한의사의 55.6%가 역시 ‘한의사의 성실신고 기준치’인 2백54만원 이하로 신고해 통계청 조사소득보다도 낮은 금액을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하향 소득신고로 가장 직접적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내년 4월1일부터 연금을 받게 되는 사람들. 이번에 새로 가입한 도시지역 자영업자들이 소득을 낮춰 신고하는 바람에 전체 국민연금 가입자의 표준소득월액이 낮아져 이들이 받게될 연금이 크게 줄게 되는 것이다.

연금수령액은 연금 수령 전년도의 가입자 전체 월평균 소득액(A값)에다 가입자 개인의 가입기간 중 월평균 신고소득(B값)을 더한 값에 일정한 계수를 곱해 결정되는데 이 중 A값이 낮아지면 수령액이 줄어들게 된다. 특히 내년에 신규로 연금을 지급받는 기존 연금 가입자 4만∼5만명은 이같이 낮아진 연금액을 기초로 평생 연금을 지급받기 때문에 전 연금수령기간에 걸쳐 엄청난 손해를 입게 된다.

특히 경기변동이나 소득 상향신고 등을 연금 급여에 반영할 수 있는 체계가 전혀 없어 이들은 향후 경기가 개선되고 연금재정이 좋아져도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강남대 사회복지학부 김진수(金振洙)교수는 “성실 신고자와 불성실 신고자의 형평성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연금재정을 계층별로 1∼2년간 분리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또 현재 연금수령액 계산법에서 1대1로 설계된 소득재분배부문(A값)과 소득비례 부문(B값)에서 소득재분배 비율을 줄이는 것도 직장인 가입자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