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야마 부시코’에 이어 두번째로 이마무라 쇼헤이에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97년)을 안겨준 일본 영화 ‘우나기’.
우나기는 우리말로 뱀장어. 우나기의 여행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이마무라감독의 화두다. 우나기의 암컷은 산란기가 되면 2천㎞나 헤엄쳐 나가 알을 낳고 그 알은 이름도 알 수 없는 수컷의 정자를 통해 부화된다.
‘우나기’의 주인공 야마시타(야쿠쇼 코우지 분) 역시 우나기같은 존재다. 평범한 샐러리맨인 그는 아내의 불륜을 알려주는 익명의 편지를 떠올리며 괴로워한다. 일부러 밤낚시에서 일찍 돌아온 그는 낯선 사내와 살을 섞고 있는 아내의 신음소리를 듣는다. 제정신이 아닌 그의 손에 들려진 식칼과 잔인한 살인, 감옥생활, 8년만의 가석방….
야마시타에게 벌어지는 일들은 모든 게 우나기의 긴 여정처럼 의지와는 관계없이 충동적이고 강압적이다. 야마시타의 마지막 선택도 우나기의 수컷과 다르지 않다. 유부남과의 불륜으로 자살을 시도한 하토리(시미즈 미사)를 구해준 뒤 다른 남자의 아이를 밴 여인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는 것.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결말은 언뜻 싱겁게 느껴진다. 그러나 우나기 이외에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던 한 남자가 주변 사람들의 사랑의 힘으로 변해가는 과정, 등장인물 마다 가슴속에 지닌 꿈과 욕망, 괴로움 등을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낸 감독의 눈길은 보는 이의 가슴까지 어루만져 준다.
‘Shall We Dance?’ ‘실락원’ 등 화제작에 출연, ‘일본의 국민배우’로 불리는 야쿠쇼 코우지의 섬세한 연기가 돋보인다. 5월1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