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 주변의 비리를 캐다 직무정지를 당했던 유리 스쿠라토프 검찰총장. 러시아 상원은 21일 그의 해임안을 부결시켰다. 스위스 비밀계좌에 대한 정보를 통해 그가 최고위층 비리를 훤히 알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많다.
스쿠라토프총장에게 고급정보를 건네준 사람은 스위스의 여성 검찰총장 칼라 델 폰테(52)로 알려져 있다. 폰테는 지난달 모스크바를 방문, 러시아 관리를 매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스위스 마베텍스사의 수사관련 자료를 러시아 검찰에 전했다.
러시아 일간지 코메르산트 데일리는 크렘린 관리 등이 스위스은행에 은닉한 2백50억달러(약 26조4천억원)의 계좌 자료를 폰테가 스쿠라토프에게 전해줬다고 17일 보도했다.
폰테는 스위스은행의 ‘침묵 철칙’을 깼다.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 일가, 카를로스 살리나스 멕시코 전 대통령 친척, 베를루스 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 소유 기업 등의 ‘검은 돈’에 관한 수사에 적극 협력해 최고위층의 비리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스위스의 ‘포청천’이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