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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김상훈/법정관리 기업 「사랑나눔」

입력 | 1999-04-25 19:39:00


“머리카락 보인다. 꼭꼭 숨어라.”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있는 보육원 ‘시은원(원장 문승화)’. 부모에게 버림받은 어린 천사들의 그늘진 얼굴이 20명의 아저씨 아줌마들과 술래잡기를 하면서 모처럼 활짝 펴졌다.

가정의 달인 5월을 앞두고 사랑의 엽서를 쓰는 아이들은 진지했다.

“비록 부모님에게는 엽서를 보낼 수 없지만 새로 사귄 아저씨와 아줌마에게 쓸거예요.”

최근 경영주의 구속과 법정관리 등으로 수난을 겪고 있는 신동아그룹 계열사인 대한생명 임직원들이 벌이고 있는 사랑나눔운동이 화제다.

지난해 5월 사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성금을 모으면서 시작한 이 운동은 어느새 전직원의 20%가 넘는 1만2천명이 참여하는 전사적(全社的)인 운동으로 발전했다. 그동안 모은 성금만도 2억여원. 그러나 이들은 돈만 내는 ‘독지가’가 아니다. 매달 한번씩은 꼭 보육원과 노인복지시설, 지체장애인시설 등 복지시설을 찾아 몸소 사랑을 실천한다.

현재 서울의 3곳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백20여개의 복지시설과 자매결연을 하고 20명이 한 팀이 돼 주말과 공휴일을 이용해 방문하고 있다.

사랑을 베풀어서일까. 대한생명은 3월 한달 동안 계약실적이 2백10억원으로 2월에 비해 49%나 늘어나는 성과를 보였다.

사랑나눔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강신화과장은 “좋은 일을 해서 반드시 영업성과가 좋은 것은 아니겠지만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