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와 삽살개가 ‘한판 승부’를 벌인다. 오는 9월 결정되는 2002년 월드컵 축구 마스코트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란다. 월간‘신동아’5월호에 실린 흥미로운 기사다. 천연기념물 53호인 진돗개의 고향은 전남 진도. 반면 삽살개(천연기념물 368호)는 주로 경상도 지역에서 발견된 점 등으로 미루어 영남이 원적(原籍)으로 추정된다.
▽그래서인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金弘一)국민회의 의원이 진돗개 후원자라면,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김광일(金光一)씨는 삽살개를 적극 민다. 김의원은 “진돗개는 의리와 충성심을 상징하며 어떤 개보다도 뛰어난 용맹성과 진취성은 한민족의 기상을 대표한다. 월드컵 마스코트로 지정되면 진돗개 수출 기반도 조성할 수 있다”고 열변을 토한다. 김씨라고 가만 있을리 없다. “삽살개는 신라시대로까지 거슬러올라가는 역사성과 순수한 혈통성을 가지고 있고 그 해학적인 면모가 한민족의 정서를 그대로 드러낸다.”
▽이렇듯 승부가 팽팽해지면서 진돗개를 미는 측과 삽살개를 미는 측 사이에 ‘상대편 개 흠집내기’ 등 만만찮은 공방이 오가고 있다고 한다. 정작 월드컵 조직위원회측은섣불리 어느 쪽 편도 들기 어려워 곤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자칫 ‘개싸움’이 ‘사람싸움’으로번질지도 모를 노릇이니까. 그렇게까지된다면 정말 진돗개, 삽살개가웃을 일이다.
▽진돗개와 삽살개는 북한 풍산개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신토불이 토종개’. 이런 기회에 우리 개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사랑을 모아보는 것이 보다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진돗개와삽살개도 그걸 원할테니까.
전진우 young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