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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바야흐로 「임시직 시대」

입력 | 1999-04-25 19:59:00


‘종신고용 평생직장’이 옛날얘기처럼 돼버린 것은 물론이고 ‘1년직장’도 상대적으로 흔치 않은 세상이 됐다. 최신통계인 3월 고용동향 가운데 ‘종사상 지위별 취업자’ 분포에서 이를 뚜렷이 읽을 수 있다. 전체 취업자 1천9백여만명 중 자영업주나 무급가족종사자를 뺀 임금근로자는 모두 1천2백13만9천명이다. 이 가운데 상용근로자(1년 이상 고용되는 정규근로자)는 49.4%인 5백99만5천명이다. 이밖에 33.3%인 4백3만7천명은 종사기간이 1개월 이상∼1년 미만인 임시직이고 17.4%인 2백10만7천명은 정해진 근로기간이 1개월을 넘지 않는 일용직이다. 한 일자리에서 1년도 못채우는 임시직 또는 일용직이 임금근로자의 절반을 넘게 된 것이다. 또 이들 중 상당수는 사실상 실업자에 가깝다.

임금근로자 중 상용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정부가 이에 대한 통계를 내기 시작한 94년 이후 계속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 끝에 올 3월에 처음으로 50%를 밑돌게 된 것이다. 95년 평균 7백40만명이던 상용근로자가 작년에 평균 6백40만명선으로 줄었고 올 3월에 드디어 6백만명선도 깨진 결과다.

고용구조의 이같은 변화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고용주들이 임금을 많이 줘야 하는 상용직보다 임시직과 일용직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앞으로도 상용직이 임시직이나 일용직으로 대체되는 현상이 지속될 것이며 경기가 본격 회복돼 일자리가 늘더라도 추세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같은 변화는 근로자 입장에선 취업의 안정성이 그만큼 떨어지고 고용상태가 불안해짐을 뜻한다. 이에 따라 근로자의 지위가 갈수록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고용주 입장에선 임시직과 일용직에 대한 해고가 자유롭고,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높아지는 측면도 있다.

정부는 근로자의 일자리안정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더 중시하는 정책관에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의 새 틀을 짜고 새로운 경쟁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더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는 ‘임시직화 현상’을 무조건 문제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용안정 여부가 국가사회 전반의 안정에 직결된다는 점 등에서 임시직화 확산에 대응하는 정책적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임시직 보호를 위해 근로기준법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의 적용대상 범위확대 등이 적극 검토돼야 한다. 노동시장의 약자인 이들의 취약성을 보완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돼야 한다. 또 직업안정망과 고용정보시스템 등의 운용도 더욱 효율화해 이들의 지속적 취업을 촉진해야 할 것이다. 임시 일용직이 임금근로자의 절반을 넘어선 현실을 가볍게 보아서는 결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