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매결혼한 백승진(41·치과의사) 노동주씨(36·주부)부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의 신혼을 거쳐 요즘에는 서초구 잠원동(34평)에 살고 있다. 이 부부의 두딸은 신동초등학교 2학년 지현(8)과 꿈밭유치원 토끼반의 서현(5).》
▽아이의 패션조언〓사소한 것도 아이의 의견을 물어보고 결정. “점심은 뭘 먹을까” “주말엔 뭐할까” 등. 이제 두 딸은 조언자 역할도 한다. 얼마전 잠옷 한벌을 샀다.
“위 아래 부분은 이쁜데 전체적으로 옷이 붕떠 배가 뚱뚱해 보여.”(서현) “(거울을 보며)진짜?”(엄마) “할머니에게 어울릴 것 같아.” (서현) 노씨는 다음날 옷의 치수를 바꿔 시어머니에게 선물했다.
▽IQ개발〓손가락 근육을 발달시키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생각해 손으로 갖고 놀 수 있는 놀잇감을 많이 사줬다. 노씨는 전공(이화여대 도예과)을 살려 아이들과 ‘찰흙놀이’와 ‘색종이접기’를 자주 해 집안이 흙과 색종이로 뒤범벅이 된다.
일요일 오후는 아빠를 위해 모녀가 과자를 만든다. 지현은 6세 때 일주일에 한번씩 1년 동안 ‘전뇌개발교육’을 받았다. 비용은 1백8만원.
▽EQ키우기〓일주일에 한번 정도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다. CD는 애들과 함께 고른다. ‘호두까기 인형’ 등 애들이 좋아할만한 연극 발레 공연과 중국문화대전 이집트유물전 등 전시회를 반드시 챙긴다.
이 경우 미리 설명하지 않고 스스로 보고 느끼게 한다. 질문해오면 설명한다.
일요일 오전에는 애들과 남산을 산책하거나 경복궁 연못을 찾아 잉어에게 먹이를 준다. 자연만큼 감성을 키울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게 노씨의 생각. 5년간 미국에 유학한 백씨는 “아이는 놀만큼 놀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기초가 중요한 ‘국영수’와 커서는 배우기 힘든 ‘예체능만’ 가르칠 생각”이라고 말한다.
▽동화책 읽기〓동화책은 아이와 함께 읽거나 번갈아 읽는다. 책장은 아이가 넘기도록 한다.한장씩 넘어갈 때 ‘쾌감’을 맛보도록 하기 위한 것.
▽기타〓△애들이 끝까지 고집을 부리면 조금씩 양보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다 △특별한 이유없이 장난감 등 선물을 사주지 않는다. 조르면 어린이날이나 생일 선물로 미리 사준다. 둘째가 구두를 사달라고 졸라 “생일(5월26일) 선물로 미리 사줘도 되니”라고 물은 뒤 좋다고 해 사줬다 △일기에서는 느낌과 생각을 중시한다.맏딸의 일기를 노씨가 읽어보고 “느낌은 왜 없니”라고 지적하고 다시 쓰게 한다. 맞춤법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고민거리〓맏이는 거실에 상을 펼쳐놓고 보낸 시간이 많았기 때문인지 지금도 책상에 앉지 않으려 한다. 가끔 정리를 해주면 책상에 앉지만 여전히 거실을 좋아한다. 둘째는 지저분한 외부 화장실을 잘 이용하지 못한다. 할인점에 갔다가 둘째 때문에 집으로 돌아온 적이 많다. 집에서 미리 볼 일을 보고 가는 임시방편을 쓰고 있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다.
★서울 강남권 학부모성향★
서울 강남 서초지역은 교육에 관한한 ‘국내 최고’라는 자부심이 강한 동네. 전국의 ‘모델’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질시대상’이 되기도. 일부 학부모들은 “강남권에서도 교육환경과 교육열에 따라 ‘압구정동→개포동→잠원동→서초동…’의 순으로 서열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소개했다. 사교육 관련 정보의 상당수는 자녀의 학급 중심으로 결성된 ‘학부모 모임’을 통해 교환된다.
컴퓨터 미술 피아노 무용 수영 등은 초등학교 이전에 떼어야할‘기본과목’.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영어 수학 국어 등에대한본격과외가시작된다. 과외교사를 집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특징. 학생당 월 50만∼1백만원 투자는 거의 기본.
유치원 때부터 외국인에게 영어회화를 배우는 학생이 많고 시간당 3만5천원씩 주고 미군부대에서 영어공부를 시키는 부모도 상당수. 초등학교 3학년 때 시작되는 영어수업의 교과서가 너무 쉬워 재미없다고 불평하는 학생이 많다. 압구정동 개포동 일대에 입시학원 개인교습학원 유치원의 ‘명문’이 밀집해 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