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窓]권재현/아버지 수술비위해 대학 포기한 사연

입력 | 1999-04-26 19:32:00


올해 서인천고를 졸업한 오강민(吳彊珉·19·인천시 계양구 계산동)군은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고려대 안암캠퍼스에서 정치외교학도의 꿈을 키우고 있었을 젊은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 재수생이다. 집도 경매에 넘어가 오갈 데도 마땅치 않은 신세다. 게다가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간의 절반을 떼어낸 상태다.

남들 같으면 세상을 원망하겠지만 그는 요즘 하늘에게 감사하고 있다. ‘아버지’가 그의 곁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접착용 테이프 대리점을 하다 지난해 부도가 난 오군의 아버지 오영수(吳榮壽·45)씨가 간경화증에 걸려 남은 삶이 2개월밖에 없다는 것을 안 것은 지난 2월초.

당시 고려대 인문학부에 합격이 확정된 오군은 고민에 빠졌다. 그의 손에는 친척들이 십시일반으로 보태준 대학입학금 2백60만원이 쥐어져 있었다.

부모님은 “살 사람은 살아야 한다”며 그 돈을 등록금으로 내라고 등을 떠밀었지만 그는 마지막날 등록을 포기했다. 그리고 국내 간치료 전문병원을 찾아다녔다. 몇군데 병원을 찾아다닌 끝에 3월 중순경 찾아간 서울중앙병원에서 “간을 이식해줄 사람은 있느냐”는 말을 들었다. 무의식적으로“저요”라는말이터져나왔다. 5천만원의 수술비는 나중의 문제였다.

아버지는 간이식 수술 직전 자신에게 간을 이식해줄 사람이 ‘오강민’이라는 간호사의 말을 듣고 “그것만은 안된다”며 울부짖었다. 12시간에 걸친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수술 후 2주일 만에 만난 부자는 말없이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괜찮아요, 아버지.”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