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방콕아시아경기대회에서 한국 남자농구는 중국과의 결승전에서 더블스코어 차로 끌려다니며 92대1백12, 무려 20점차로 참패했다.
대패의 충격은 당시 중반전에 접어든 프로농구의 열기에 묻혀 버렸지만 ‘한국농구는 역시 우물안 개구리’라는 혹평을 면치 못했다.
97년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 일본을 차례로 연파하며 28년만에 아시아 정상을 되찾았던 한국농구가 1년만에 정상권에서 밀려난 이유 중의 하나는 국가대표팀의 주축인 프로선수들의 이기심 때문이라는 게 중론.
원로 농구인들은 “요즘 선수들은 인기와 돈을 얻을 수 있는 프로농구에만 신경을 쓰지 도대체 국가대표로서의 명예나 사명감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한탄한다. 대한농구협회는 8월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제20회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를 앞두고 국가대표팀 구성에 고심하고 있다.
협회는 최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을 내정했지만 당사자들이 이런저런 사정을 들어 고사의 뜻을 밝히고 있기 때문.
감독 후보로 내정된 프로팀의 A감독은 “50대의 노련한 감독이 대표팀을 맡아야 된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의 이유는 ‘장신군단’ 중국과 최근 기량이 급성장한 일본을 꺾고 우승을 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
또 주전으로 꼽히고 있는 B선수는 “10년 이상 대표선수를 해왔으니 이제는 그만두고 싶다”고 고사했다가 대학 은사인 한 강화위원의 권유에 밀려 대표단 합류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남자농구선수권대회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출전권 1장이 걸린데다 한국농구의 자존심이 걸린 중요한 대회.
미국프로농구(NBA)를 그대로 모방해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로농구.
그러나 국가대표팀이 참패를 거듭하면 프로농구도 팬의 외면을 면치 못할 것임을 프로농구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권순일기자〉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