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격호(辛格浩)회장의 집무실에는 ‘거화취실(去華就實)’이라고 씌어진 액자가 걸려 있다. 겉치레를 삼가고 실질을 추구한다는 뜻.
IMF경제난 속에서 대부분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주력 계열사를 매각하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요즘 롯데는 대형 백화점과 할인점 등을 속속 인수하는 등 무서운 기세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될만한 사업’에 성패(成敗)를 거는 경영 모토의 결과다.
▽어려운 시기의 투자 확대〓2000년대 세계 30대 유통업체 진입을 꿈꾸는 롯데는 IMF경제난으로 ‘헐값’에 매물로 나온 노른자위 점포와 부지를 싹쓸이하고 있다.
롯데는 최근 법정관리중인 인천시 부평구 동아그룹 소유의 동아시티백화점(지하2층, 지상6층·영업면적 4천2백평)을 4백25억원에 인수하기로 23일 가계약을 체결했다.
이달초에는 지난해 인수한 분당 블루힐 백화점을 새단장, 분당점을 개점했으며 ㈜대우로부터 인수한 충북 청주시 청주터미널상가 건물 가운데 지하 1층부분(매장면적 2천여평)을 다음달초 할인점 마그넷으로 개점할 예정.
지난해 1천4백13억원에 인수키로 한 서울 강남구 대치동 그랜드백화점 본점도 연내에 인수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롯데는 또 6월에는 경기 구리시 인창 택지지구, 8월에는 울산, 9월에는 경기 고양시 일산 신도시에 2천∼3천여평 규모의 마그넷을 개점할 예정이다.
이밖에 백화점 회원들을 활용, 신용카드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모르는 것은 안한다〓최근 롯데의 사업 확장은 유통, 식품 중심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철저한 ‘계획’에 따른 것.
롯데는 IMF이전인 90년대초반부터 2003년까지 백화점 23개, 할인점 35개를 개점해 한국유통산업을 석권하겠다는 목표로 꾸준히 목좋은 점포를 매입해왔다.
‘될 것만 키운다’는 입장은 최근 대한생명 인수를 포기한 것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롯데는 3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는 이유로 최근 대한생명 인수를 포기했으며 포항제철이나 한국담배인삼공사 등 공기업 인수에 있어서도 소유지분제한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뛰어들지 않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불안한 업계〓롯데의 최근 행보는 유통 업계 전반에 심한 동요를 일으키고 있다. ‘이러다간 한국 유통산업 전체가 롯데에 먹힌다’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
백화점 관계자는 “결국 많은 점포를 가진 업체가 이긴다는 생각과 목좋은 부동산에 대한 투자라는 두가지 측면에서 롯데의 신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막강한 자금력과 건실한 재무구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훈기자〉dreaml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