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제 논란이 점입가경(漸入佳境)에 접어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어수선한 마당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국민회의 이인제(李仁濟)당무위원까지 가세하면서 혼란이 더하는 양상이다.
계파 세력이 취약한 이위원이 내각제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총재의 ‘연내 내각제 연대, 임기후반 내각제 반대’ 주장도 그렇게 복잡하지 않다. 아무튼 한나라당이 내각제에 대해 표면상 적극적 입장을 보였기 때문에 앞으로 한나라당과 자민련 사이에 접촉과 교감은 활발해질 전망이다.
문제는 JP가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는 것. 만의 하나 JP가 이총재나 한나라당 쪽과 교감을 가지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정국은 요동을 칠게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JP가 그런 자세를 보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 JP는 DJ와 이총재, 양쪽을 저울질하며 상황을 유리하게 만들어가기 위해 특유의 ‘아리송한’ 행보를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김대통령대로 8월말까지는 이인제위원 등 국민회의 내 대통령제 세력과 자민련 내각제 세력을 동시에 다독거리면서 임기 내 내각제 개헌의 득실을 계산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DJ가 8월말 이후 ‘내각제 개헌을 해도 총선에서 패배하면 집권할 수 없다’는 논리로 JP를 설득, 개헌논의를 내년 총선 이후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론.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는 DJ가 나서서 연내 개헌을 추진, 정계 새판짜기를 시도하거나 JP가 이총재와 연대, DJ를 몰아붙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래저래 내각제는 여전히 정국의 ‘활화산(活火山)’으로 보는 게 현실적인 시각일 듯 싶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