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군사지도를 바꾸고, 한반도 안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들이 일본 중의원(衆議院)에서 처리됐다. 27일 중의원 본회의를 통과한 새 미일(美日)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관련 3개 법안이 그것이다. 주변사태법안 자위대법개정안 미일물품용역상호제공협정개정안 등 이들 법안에 대한 참의원 심의 및 통과 절차가 남았지만 법제화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일본 주변의 유사시에 자위대가 ‘새로운 임무’로서 미군을 후방지원한다고 명시한 주변사태법 제정은 중대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이 법이 우선 상정하는 지역은 바로 한반도다. 또 비상사태시 미군을 후방에서 지원한다지만 현대전에서 전후방 개념은 지극히 애매하다. 일본이 한반도 유사시 군사행동의 직접 당사국으로 변신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주변사태’의 범위도 매우 넓다. 무력분쟁이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임박한 경우, 무력분쟁이 중지됐으나 질서가 회복되지 않은 경우, 내란이나 내전이 발생한 경우, 난민이 대량으로 발생한 경우, 유엔안보리가 경제제재를 결의한 경우 등이 포함된다. 개정되는 자위대법은 해외에서 일본인이 피난할 때 자위대기뿐만 아니라 선박까지 파견할 수 있도록 했으며 무기사용규정도 신설했다.
이들 미일방위가이드라인 관련법의 제개정은 미일안보동맹체제의 발전적 변화를 겨냥한 96년의 미일안보공동선언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 선언은 포스트냉전시대 미일안보협력의 목적을 ‘아태(亞太)지역 평화와 안정’으로 확대, 이 지역에서의 미일간 군사적 역할분담을 가시화했다. 일본 정부여당은 이를 배경으로 관련법 제개정을 꾀해온 것이다.
이들 법의 제개정은 일본 군사력의 현실화를 민감하게 경계해온 중국의 군비확충을 더욱 자극하고 북한의 국제정치적 및 군사적 대응방식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일본 내부에서는 전후(戰後)헌법의 평화이념에 대한 해석변경, 더 나아가 헌법 자체의 개정논의가 더욱 확산될 소지가 있다. 일본은 ‘북한 요인’ 등을 들어 군비(軍備) 및 교전권(交戰權)을 부정하는 헌법정신에서 멀어지고 중국과 북한 등은 이에 강하게 대응하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것이다.
이번 법안 통과를 놓고 일본 안에서도 자위대의 전쟁개입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와 더 노골적인 군사대국화에 대한 요구가 교차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주변사태법 제정에 대해 입장을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우리 국민은 정부의 생각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국익 및 안보와 직결되는 이 사안에 대해 정부는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미국 및 일본과의 관계에 있어서 정부의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는 요즈음이어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