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의 주재료는 강철이었다. 그러나 머지않아 강철보다 나일론이 더 많이 들어간 엔진과 플라스틱 지붕을 장착한 자동차가 선보일지 모른다.
자동차 회사들과 기술자들은 이미 수많은 부품들을 새로운 소재로 대체한 자동차들을 선보이고 있다. 90년대 중반에 플라스틱 기술자들은 크라이슬러가 만든 픽업 트럭의 계기판 밑에 있던 강철 빔, 히터 연결관, 꺾쇠 등을 박스 형태의 플라스틱 연결관으로 바꿨다. 이전에 쓰던 강철 부품들보다 훨씬 가벼운 이 플라스틱 연결관 덕분에 크라이슬러는 차의 다른 부분에 좀 더 무게가 나가는 부품들을 배치할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지난해 8월에는 유럽에서 생산되는 아우디의 A6 자동차에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된 모듈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베이어사가 개발한 이 부품은 일일이 손으로 조립해야 했던 여러 부품들을 한데 통합한 것이었다.
시보레사는 오래 전부터 코르베트의 몸체 패널로 특수 플라스틱을 사용해왔다. 파이버글래스로 강화된 이 특수 플라스틱은 94년에 만들어진 링컨 콘티넨털과 99년산 무스탕의 후드와 트렁크 뚜껑을 만드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 이 플라스틱은 가벼우면서도 강철처럼 단단하고 제작과정에서 미리 색을 입힐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따로 페인트칠을 해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때로는 새로운 소재 덕분에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제너럴 모터스 사는 일부 모델의 픽업 트럭에서 시동을 걸 때 자동차의 몸체가 심하게 떨리는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때 스파이서 드라이브새프트사가 강철 운전축을 알루미늄으로 바꾸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내놓았다. 이를 위해서는 트럭의 차체 밑바닥을 다시 설계해야 했다. 그래서 스파이서사는 전혀 새로운 타입의 운전축을 만들어냈다. 지름이 더 작은 알루미늄 튜브에 강도를 보강하기 위해 탄소 섬유를 입힌 것이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비행기 제조기술을 빌려왔기 때문이었다. 알루미늄 디자인은 이제 업계의 표준으로 통하고 있다.
알루미늄은 이밖에 자동차의 피스톤을 만드는 데도 사용되고 있다. 초강력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들어진 새 피스톤은 열을 더 많이 발산하고 덜 팽창하기 때문에 예전 피스톤보다 길이가 짧다. 이는 엔진을 예전보다 낮은곳에 설치할 수 있음을 의미하고 따라서 후드의 높이도 낮아진다. 다시 말해서 공기 역학적으로 진일보한 자동차 디자인이 가능해진 것이다.
한편 철강 업계는 더 가벼운 소재들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2천2백만 달러를 들여 제작한 초경량 강철 자동차의 샘플은 그런 노력의 일부다. 이 자동차는 어디까지나 샘플이기 때문에 실제로 거리를 달리지는 않겠지만, 자동차 설계자들이 가벼우면서도 강한 강철의 새로운 용도를 찾는데는 도움이 될 것으로 철강업계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