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방송의 간판 여자앵커 질 댄도(37)가 26일 집 앞에서 살해되자 영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졌다.
버킹엄궁 대변인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슬픔에 잠겼다”고 전했다. 토니 블레어총리는 “댄도는 매력적이고 재능있는 여성이었다”며 조의를 표했다.
영국 신문들은 1면 머릿기사와 10여 페이지에 걸친 관련기사로 이 사건을 보도했다. 방송들도 톱뉴스로 내보냈다.
BBC 인터넷 사이트에는 3시간만에 2천여건의 추모 메시지가 떴다.
금발에 푸른 눈의 댄도는 ‘가장 영국적인 얼굴’이라는 평을 들었고 폭넓은 팬을 갖고 있었다. 영국 남부 출신인 댄도는 신문 기자로 출발해 88년부터 BBC 메인 뉴스인 오후 6시 뉴스와 아침 뉴스를 진행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해결 범죄를 재구성해 단서나 목격자를 찾는 범죄추적 프로그램 ‘크라임 워치 UK(영국 범죄감시)’와 여행레저 프로그램 ‘홀리데이(휴일)’를 맡으면서 스타 진행자로 떠올랐다.
살해되기 하루 전인 25일에는 그녀가 새로 시작한 프로그램 ‘골동품 탐사’가 첫 방영됐다. 그녀는 12월 31일 밀레니엄 전야제 생중계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거론돼 왔다. 올 9월에는 산부인과 의사인 앨런 파팅 박사와 결혼할 예정이었다.
경찰은 ‘크라임 워치 UK’에 방영된 범죄에 연관된 인물이 그녀를 살해했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올해 초 댄도는 이 프로그램으로 신변에 위험을 느낀다고 말한 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소음총을 이용한 전문 킬러의 소행인 것 같다고 말한다.
댄도가 정확히 겨냥된 단 한발의 총탄에 숨진 데다 이웃 주민들이 댄도의 비명은 들었지만 총소리를 듣지는 못했다고 증언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댄도의 결혼발표에 따라 광적인 팬이나 스토커가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댄도는 62세 스토커의 전화와 편지공세에 3년간이나 시달렸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