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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비리 수사 뒷얘기]쇼핑백에 현찰담아 건네

입력 | 1999-04-27 19:51:00


소환 및 수사 대상자 1천명에 구속자가 1백명에 이르는 이번 병무비리 수사는 공안사건을 제외하고는 사상 최대의 사건으로 많은 뒷얘기를 남겼다.

○…검찰과 군, 경찰로 이뤄진 합동수사부에는 서울지검 검사 4명 등 검찰 수사진 27명, 군검찰관 5명 등 군수사팀 14명, 경찰 수사관 16명 등 모두 57명이 투입됐다. 이번 수사에 참여한 수사진은 방위복무자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장교나 사병복무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청탁 부모들이 돈을 전달한 곳은 주로 병무청 앞 다방과 주차장 승용차안이었다. 전체 1백37건중 수표로 전달한 것은 단 2건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2천만∼3천만원씩 쇼핑백에 담아 건넸다고 검찰은 밝혔다. 한 부모는 “다 들통날 걸 괜히 힘만들게 현찰로 갖다줬다”고 말했다고 수사관계자가 전했다.

또 대부분의 청탁자는 범행사실을 완강히 부인해 수사에 애를 먹었다. 한 부자(父子)는 혐의를 부인하기로 사전에 집에서 연습까지 했다가 합수부에 소환돼 아버지가 먼저 혐의를 인정하자 아들이 “아버지는 끝까지 부인하기로 연습까지 해놓고 왜 먼저 불었느냐”며 원망하기도 했다고.

○…브로커들도 소환직전까지 청탁자를 찾아다니며 ‘내 이름을 불지 말아달라’고 매달리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고 애썼다. 그러나 일부 군의관과 브로커들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나도 가담했지만 병무비리는 정말 심각하다. 병무비리 척결에 일조하겠다”며 수사에 적극 협조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수사팀은 전했다.

○…수사과정에서 H그룹 총수의 외손자가 돈을 주고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소문이 나돌아 합수부가 은밀히 조사한 일도 발생. 그러나 당사자의 면제판정 시기가 공소시효(5년)가 만료된 90년 3월인 것으로 드러나 수사대상에서 제외.

○…병무비리 수사로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호사 업계가 때아닌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는 것. 한 변호사는 “구속 또는 불구속 피고인 1백80명의 수임료를 건당 5백만∼1천만원씩으로 계산할 때 9억∼18억원 규모의 법률시장이 새로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한 변호사는 “80여명이 구속됐던 93년 입시부정 사건 이후 최대의 사건이지만 그때처럼 사건이 일부 전관(前官)출신 변호사에게 집중되는 바람에 일반 변호사들은 상대적 박탈감만 더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