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군대 및 교전권 포기를 헌법에 명문화하고 있다. 이같은 ‘평화헌법’과 제2차 세계대전 패전후 50여년간 계속된 전쟁없는 안정으로 인해 일본은 군사적으로 약체국이라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많다.
그러나 전후(戰後) 일본은 꾸준히 방위력을 증강해 방위예산과 군비면에서 이미 군사대국으로 올라섰다. 올해 방위비는 국내총생산(GDP)의 0.94%에 불과한데도 금액으로는 4조9천2백억엔(약 49조2천억원)이나 된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며 한국의 3.87배다.
일본 자위대의 병력은 미미하다. 육상 해상 항공자위대를 모두 합쳐도 23만5천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위대 구성과 장비 등 질적(質的) 측면에서는 다르다. 특히 현대전을 결정짓는 전투장비는 세계 정상급이다.
아시아 최강으로 꼽히는 해상자위대 전력의 상징은 금세기 최고의 전함으로 불리는 7천2백50t급 구축함 이지스. 4척이 실전배치됐고 4척이 추가건조될 계획이다. 탑재된 첨단 전자방어체계로 적 폭격기나 미사일 등 1백개의 목표를 동시에 탐지해 추적하며 사거리 1백㎞의 함대공 미사일로 12개의 목표를 동시에 격추시킬 수 있다. 일본 이외에 이지스함을 보유한 나라는 미국뿐이다.
또 8천9백t급 수송함인 오스미함은 비행갑판만 깔면 바로 경항공모함으로 개조할 수 있다. 대잠 초계기(P3C) 99대와 대잠헬기(SH60J) 51대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호위함 58척, 잠수함 16척, 기뢰함정 35척도 일본 해군력의 만만찮은 현주소를 보여준다.
항공자위대 장비중 일본이 자체생산한 전투폭격기 F15(1백94대)와 F4(1백10대)는 같은 기종의 미군기보다 성능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날아다니는 전투사령부’라는 최첨단 조기전략경보기 공중경계관제시스템(AWACS) 4대도 배치됐다. 조기경보기 E2C 13대와 정찰기 RF4C 25대도 보유하고 있다. 공중급유기와 장거리 수송기(C1) 정밀 순항미사일도 곧 도입될 예정이다.
게다가 육상자위대에는 △전차 1천85대 △장갑차 9백85대 △야포 1천80문 △대전차 헬기(AH 1S) 91대가 있다.
군사정보 수집기능도 대폭 강화되고 있다. 97년1월에는 방위청과 자위대 등에 분산돼 있던 정보조직을 통합해 방위청 정보본부(DIH)를 발족시켰다. 이로써 일본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 군사정보를 독자적으로 수집해 분석할 발판을 마련했다.
일본 군사정책의 핵심은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실질적 군사역량을 강화하는 ‘기술안전보장정책’. 걸프전 때 한대도 격추되지 않고 이라크의 주요시설을 파괴한 미군 스텔스 폭격기도 일본기술 덕분에 제조됐다.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특수페인트 기술을 일본이 제공한 것이다. 미군 F22 전투기에 장착될 전방위 레이더도 일본의 기술이다. 이런 기술력이야말로 일본 군사력의 중요한 잠재요소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