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우리 명절을 꼽으라면 역시 설날과 추석을 들 수 있다. 이 둘은 가족끼리 모인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떨어져 살다가도 이날만 되면 서로 얼굴을 맞대고 혈육의 정을 확인한다. 이에 비해 미국이나 유럽의 큰 명절은 공동체적 단합을 꾀하는 날이 많다. 가족들이 모이는 크리스마스도 가족보다는 이웃을 먼저 생각한다는 점에서 우리 명절과 차이가 있다.
▽가족이기주의라는 말이 보편화될 정도로 혈연을 중시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큰 특징이다. 하지만 옛 사람들은 가족의 울타리에만 머물지 않고 마을 전체의 단합을 꾀하는 일에도 꽤 신경을 썼던 것 같다. 마을마다 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제사나 굿판이 있었던 점을 보면 말이다. 그러나 전쟁 등 격변기를 거치면서 가족주의는 오늘날처럼 공고해지고 말았다.
▽우리는 직장에 대해서도 한 가족으로 생각해 왔다.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모두가 한솥밥을 먹는 식구로 끈끈한 유대를 맺고 있다. 가족주의는 그 자체로 좋다 나쁘다 판단하기 어렵다. 우리 역사와 전통이 녹아 있고 장단점을 같이 지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국적 가족주의가 안고 있는 폐쇄성이다. 가족이나 회사사람에게는 더없이 정이 많은 사람들이 낯모르는 이를 만나면 태도가 달라진다. ‘우리’와 ‘남’의 차이가 너무 극명하다.
▽서울지하철 노조가 심한 파업 후유증을 앓고 있다. 노조로서는 정부에 힘겨루기에서 밀려 입지가 좁아졌을 뿐만 아니라 복귀시한을 넘긴 조합원의 직권면직 문제 등 해결과제가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파업대열을 이탈해 먼저 회사로 돌아간 조합원에대해‘왕따’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일부에선 폭행사태까지 일어났다.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동료를더이상‘우리’가 아닌 ‘남’으로 생각한 것일까. 좀 더 성숙한 노조운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