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는 네가지 실험유형으로 나뉘어 진행했다. 남성운전자는 특별취재팀 기자들이 맡았으며 여성운전자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에 재학중인 여학생 2명이 담당했다. 이같은 방식은 소비자의 입장에서 공정하게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수리 후 기자들이 카센터를 돌며 관련 영수증을 제시하고 부품 교체 사유를 일일이 확인했다.
▽실험1〓정비 마친 쏘나타Ⅱ의 경우
실험차량은 현대 쏘나타Ⅱ.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생 박지희(朴智熙·25·여)씨가 현대자동차 정비공장에서 내부수리를 완벽히 한 뒤 차를 운전, 서울시내 10곳의 카센터에 들렀다.
가장 먼저 찾아간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의 한 카센터는 타이밍벨트와 텐션벨트 엔진오일 미션오일을 교체하고 18만원을 받았다.
3일 뒤 기자가 박씨와 함께 찾아가 영수증을 보여주고 부품교환 이유를 묻자 정비사는 “차를 열어보니 고칠 게 없었다. 솔직히 벨트를 교환하지도 않고 바꾼 것처럼 견적서를 꾸몄다”고 털어놓았다.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카센터는 점화플러그 4개와 연료필터를 교환하고 “2천원을 깎아준다”면서 2만5천원을 받았다.
마포구 공덕동의 카센터. 보닛을 열어본 정비사는 “헤드개스킷과 소음기를 갈아야겠으니 30분 후에 오라”고 말했다. 잠시 후 그는 “타이밍벨트 베어링 서모스탯 플러그배선 부동액 헤드개스킷 등을 교환했다”며 25만원을 받았다.
며칠 후 기자가 영수증을 들고 카센터를 다시 찾아가자 사장은 당황해하며 “갓 인수한 중고차라기에 자세히 살피지 않고 부품을 갈았다”고 실토하면서 “하지만 타이밍벨트와 베어링이 낡았더라”고 변명했다. 타이밍벨트와 베어링은 며칠전 정비공장에서 새로 교환한 것이었다.
동대문구 휘경동의 한 카센터에서는 정비사가 “이상이 없다”고 했으나 사장이 엔진오일과 베어링을 교환하고 5만5천원을 받았다.
3일 뒤 기자와 박씨가 찾아가 부품 교체이유를 묻자 사장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교환한 것”이라며 “기술자의 판단은 서로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6개 카센터는 “더이상 손 볼 곳이 없다. 최근에 정비를 한 차가 틀림없다”며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실험결과를 점검한 정비경력 25년째인 현대자동차 이광표(李光杓)과장은 “타이밍벨트와 베어링, 각종 오일 등은 실험직전 정비공장에서 새 것으로 교환했다”며 “부품을 교환한 네군데 카센터는 사실상 부당이득을 챙긴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2〓부품수리마친레간자의경우
차량은 대우 레간자2.0DOHC.기자가 직접 운전했다. 방법은 실험1과 동일.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카센터. 자동차 보닛을 연 정비사는 △점화플러그 △플러그 배선 △배터리 등 3곳을 지적했다. 심지어 그는 엔진덮개를 열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 안의 점화플러그를 갈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비사는 “소모품은 2만㎞마다 갈아야 하는데 이 차는 한 번도 교환을 안했다. 그대로 두면 차가 잘 안나가고 장기주행때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리 비용은 플러그 2만원, 배선 5만원, 배터리 7만원 등 모두 14만원.
삼성동의 또다른 카센터는 잠시 차를 살핀 후 엔진오일을 갈고는 2만원을 받았다. 며칠 뒤 기자가 찾아가 실험직전 교환한 엔진오일을 또다시 교환한 이유를 묻자 정비사는 “엔진오일은 금방 시커멓게 변하기 때문에 고객이 교환시기를 잘 모르면 통상 교환해주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신촌의 한 카센터에서는 1시간여동안 차를 살피더니 연료와 공기가 흡입되는 스로틀보디(공기흡입구)에 끼인 연료찌꺼기를 청소하고 1만원을 받았다.
서초구 서초동의 한 카센터는 전날 청소한 스로틀보디를 또 청소하고 3만원을 받았다. 정비사는 “우리는 연료찌꺼기를 태우는 약품을 쓴다. 청소를 하고나니 배출연기의 색이 다르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1만2천원을 받고 브레이크 오일도 교환했다.
나머지 여섯 곳은 “손 볼 곳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대우자동차 정비사업소 서인교(徐仁敎)조장은 “점화플러그는 실험 전날 교체했고 각종 오일도 새로 보충한 것”이라며 “플러그 배선과 배터리 등도 3년은 더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스로틀보디의 경우 며칠만 차를 몰아도 연료찌꺼기가 끼게 되므로 헝겊으로 닦아내면 그만이지 약품을 써 청소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실험3〓정비 필요한 엘란트라 경우
정비하지 않은 차량을 몰고가 수리비 견적서만 뽑았다. 운전자는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생 박주연(朴柱姸·26·여)씨. 자신의 94년식 엘란트라(주행거리 6만㎞)를 몰고 서울 지역 카센터 10곳을 찾아갔다.
견적은 9만5천∼25만5천원으로 편차가 컸다. 수리해야 할 부위도 각양각색. 3개 업소가 엔진오일을 갈아야 한다고 했고 2곳에서는 연료필터와 타이밍벨트를 교체하라고 했다.
부품 가격도 △미션오일 6만∼7만5천원 △엔진지지대 3만∼9만원 △타이밍벨트 8만∼15만원 등으로 편차가 컸다.
특히 앞바퀴가 흔들리는 것을 수리하는 비용이 2만5천∼10만원으로 편차가 제일 컸다.
2만5천원을 요구한 서초구 잠원동의 한 카센터는 바퀴 연결부위의 볼조인트만 바꿔주면 된다고 했다. 반면 10만원을 부른 곳은 “볼조인트와 로암(바퀴지지대)이 한 세트라서 따로 갈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동차회사측에 확인한 결과 각각 교체할 수 있는 부품이었다.
▽실험4〓남녀운전자수리비차별사례
실험1과 2의 결과 남성과 여성운전자의 차량을 수리한 곳은 각각 10곳 중 4곳으로 같았으나 수리금액은 여성운전자가 2배 이상 높았다.
여성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경향이 높다고 판단, 레간자 차량 한 대로 분당과 일산의 카센터 7곳을 들렀다. 앞의 실험에서는 차량이 서로 달라 변수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
남성운전자가 찾은 2곳은 “전혀 손 볼 것이 없다”는 ‘진단’을 내렸다. 하지만 여성운전자가 들른 5곳 중 4곳은 엔진오일 브레이크오일 미션오일을 교환했다. 이 중 한곳에서는 사실확인에 나선 기자에게 “부품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 교체했다”고 털어놓았다.
▼ 특별취재팀 ▼
팀장 오명철 차장 이병기 이철희 박현진 윤종구 부형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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