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李舜臣)장군 묘소 등의 훼손사건 용의자인 양모씨(48·여·무속인) 모자가 식칼 등을 꽂은 묘소는 세종대왕릉 등 조선조 4개 왕릉을 포함해 모두 38개소인 것으로 28일 잠정 확인됐다.
★묘지훼손★
문화재관리국과 경찰에 따르면 20일 충남 아산시 음봉면 이충무공의 부모묘소에서 식칼과 쇠말뚝이 처음 발견된 이후 28일까지 경기 여주의 세종대왕릉 등 4개 왕릉과 경북 안동의 퇴계 이황(退溪 李滉)선생 묘소 등 38개 묘소에서 식칼과 쇠말뚝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 묘소에서 제거된 식칼과 쇠말뚝은 각각 96개씩 모두 1백92개라고 밝혔다.
이밖에 태종과 태종비가 묻힌 헌릉(서울 강남구 내곡동)에선 동판 2개가 발견됐으나 양씨모자는 헌릉을 훼손한 사실은 부인하고 있다. 양씨모자는 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 조상묘 훼손사건과도 관련이 없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양씨의 아들 문모씨(26)가 3년 전부터 어머니와 함께 전국을 돌며 묘소를 훼손했다고 진술하고 있어 피해묘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범행동기★
양씨는 경찰에 검거된 직후 “충무공이 꿈에 나타난 뒤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며 “충무공과 후손들의 기를 끊으면 병이 나을 것 같아 쇠말뚝을 박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경찰은 양씨가 전국 곳곳에서 같은 범행을 한 것으로 미뤄 다른 범행동기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특히 피해묘소가 모두 ‘이씨 선영’인 점을 중시, ‘배후’가 있는지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한편 경찰은 23일 검거된 직후 음독자살을 기도해 부산대병원에서 입원치료중인 양씨를 29일 충남 아산으로 압송해 본격적인 수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찰은 또 양씨 모자외에 다른 무속인들도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수사중이다.
〈아산〓이기진기자〉doyoce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