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궁궐이야기」홍순민 지음 청년사 321쪽 16,000원★
96년 ‘조선왕조 궁궐 경영과 양궐체제(兩闕體制)의 변천’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의 역량이 녹아 있는 저작이다.
왕의 거처. 정치와 행정을 총괄하던 국가의 최고 관청. 그곳이 궁궐이다.
한양의 5대궁궐은 곧바로 조선왕조 5백년의 역사를 축약한 장소다.
그런데도 왕궁의 이모저모를 소개한 책은 드물다. 있어도 오늘날 남아있는 전각을 소개한 단편적 내용이 대부분. 그래서 저자는 ‘건물을 짓고 살았던 사람들 이야기, 그들의 삶, 문화, 역사 이야기’가 들어가야 참다운 궁궐 이야기가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궁궐 안을 마구 헤집고 돌아다니지 않는다. 이윽한 눈길로 ‘백두산 뻗어내린 반도 삼천리’를 조감한 후 서울의 지정학적 위치, 5대 궁궐의 자리를 꼼꼼히 짚어보고 비로소 개별 궁궐 답사로 나선다.
경희궁을 지어 부족한 정통성을 보완하려 했던 광해군, 경운궁(덕수궁)에서 인접한 타국 영사관에 기대며 종사를 버텨내려 했던 고종…. 저자는 다짐대로 궁궐을 둘러싼 ‘사람의 역사’에 충실하지만 객관적으로 검증된 정사(正史)를 따른다.
저자는 잘못 알려져온 ‘상식’을 뒤집는데도 힘을 기울인다. “광화문 앞의 해태는 관원들의 기강확립을 위해 세웠을 뿐 관악산의 화기(火氣)를 막는 의미가 아니다” “대한문의 한(漢)이 고종을 낮춰 부른 말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등의 설명이 그것.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