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조달청장이 건설업자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소환될 예정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강정훈(姜晸薰)조달청장은 조달청 차장과 청장으로 재직하던 94년과 97년 관급 공사를 낙찰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여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박규석(朴奎石)해양수산부 차관보가 1억2천만원을 수뢰한 혐의로 구속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현 정부는 어느 정권보다도 공직자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강조해 왔다. 장 차관급 인사를 임명하면서 대상자에 대한 사전 검증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그러나 잇따라 드러난 고위공직자들의 수뢰 사건은 한마디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현 정부들어 차관보급 이상 공직자의 수뢰 사건은 강청장까지 포함해 모두 네차례 있었다. 지난해 6월 정홍식(鄭弘植)정보통신부 차관이, 올 1월에는 역시 차관급인 박종세(朴鍾世)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수뢰 혐의로 구속돼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들 중에는 과거 정권 시절 돈을 받은 사람도 있고 현 정부 들어와 돈을 받은 공직자도 있다. 강청장의 경우 이전 정권에서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고 박차관보는 현 정부 들어서도 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어느 경우라도 현 정부의 인사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 정권시절 돈을 받았다면 공직에 기용되는 인사에 대해 사전검증 절차를 제대로 해내지 못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은밀히 진행되는 게 뇌물 수수라고 해도 그럴수록 한점 의혹이 없는 ‘깨끗한 인물’을 뽑는 것이 정부의 몫이다.
현 정부 들어 돈을 받았다면 더 큰 문제다. 정부가 그토록 개혁을 외쳐도 공직비리가 여전함을 입증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정권 초기 강력한 사정의지로 뜸한 듯 보였던 공직비리가 시간이 지나면서 나사 풀리듯 되살아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강청장의 경우 정부 물자의 구매와 관급 공사 계약 업무를 맡고 있는 조달청의 최고책임자이며, 박차관보는 정부의 원양어업 지원자금을 배정하는 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박차관보는 한일어업협상을 실패로 이끈 해양수산부의 핵심 간부라는 점에서 국민이 느끼는 분노는 크다. 사정당국은 현 정부 출범 이후 고위공직자의 비리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자랑한 적이 있으나 최근의 잇단 수뢰 사건은 그 자랑이 공허한 소리임을 보여주고 있다.
내각제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이나 내년 4월 있을 총선은 공직사회의 기강해이를 불러 자칫 비리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민원부서는 물론이고 공무원사회 전반에 걸쳐 정부의 단호하고도 지속적인 비리단속이 요구된다.